평생직장 옛말…10년 새 근속기간 19년9개월→15년2개월

입력 2021-08-01 06:20
수정 2021-08-01 17:40
평생직장 옛말…10년 새 근속기간 19년9개월→15년2개월

73세까지 일하고 싶은데…주된 일자리 49세에 퇴직

"정년 연장 혜택 못 받는 사람 많아…재취업 지원 필요"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살면서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 즉 주된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이 최근 10년 사이 19년 9개월에서 15년 2개월로 짧아졌다.

일하려는 고령층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정년 연장에도 불구하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젊어지면서 제2·3의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55∼64세 취업 유경험자가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일한 기간은 평균 15년 2.1개월이다. 그만둘 당시 평균 나이는 49.3세로 쉰 살에 못 미친다.

성별을 나눠보면 남자는 18년 9.1개월을 일한 뒤 51.2세에, 여자는 11년 6.1개월을 일한 뒤 47.7세에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1년 5월 통계청 조사는 55∼79세 취업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이 19년 9개월로 20년에 육박했다. 일자리를 그만둔 나이는 평균 53세였다.

당시 남자는 22년 10개월을 일한 뒤 55세에, 여자는 16년 9개월을 일한 뒤 51세에 그만뒀다.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60세 정년'이 의무화됐지만, 주된 일자리에서의 평균 은퇴 시기는 더 빨라진 셈이다.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를 보면 2011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26.1%)가 가장 많았다. 이어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25.7%),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14.3%), 정년퇴직(10.9%),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7.4%), 일을 그만둘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서(6.5%),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등 기타(9.1%) 순이었다.

반면 올해는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33%)을 이유로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18.8%), 가족을 돌보기 위해(14.1%),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12.2%), 정년퇴직(7.5%), 일을 그만둘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서(2.4%), 기타(11.9%) 순이었다.

정년퇴직한 비율은 줄고 자신이 운영하거나 고용됐던 사업체의 영업 부진,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를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비율은 늘어난 것이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기가 어려워지는 추세지만 그렇다고 속 편히 일찍 은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5월 고령층(55∼79세) 고용률은 56%로 10년 전(50.8%)보다 5.2%포인트 올랐다.

65∼79세 고용률(35.7% → 42.4%)이 55∼64세 고용률(64% → 67.1%)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층의 비중도 58.5%에서 68.1%로 뛰었다.

일하려는 고령층 10명 중 6명(58.7%)은 '생활비에 보탬'을 근로 희망 이유로 꼽았다.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일하려는 고령층(33.2%)도 적지 않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더 컸다.

일하려는 고령층이 희망하는 은퇴 시기는 평균 73세였다. 주된 직장을 그만두는 나이(평균 49.3세)와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정년 연장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급속한 고령화,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출생연도별로 61∼65세부터) 전까지의 소득 공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년 연장을 급격하게 추진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정년 연장의 혜택은 대기업, 공공부문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소수에게 돌아가므로 재취업 지원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통계청 조사에서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로 '정년퇴직'을 꼽은 이는 7.5%에 불과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65세까지 계속고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하지 않다"며 "소수는 원래 있던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것 때문에 일자리가 안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취업 알선,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을 강화해서 고령층이 괜찮은 일자리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산성이 떨어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지만 생계 때문에 꼭 일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임금 보조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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