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2016 WS 우승 주역 무더기 트레이드…팬 원성 고조
간판 타자 브라이언트·리조·바에즈, 마무리 투수 킴브렐 등 한꺼번에 내보내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가 팀의 주축 역할을 해온 간판급 스타들을 무더기로 트레이드해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컵스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30일(현지시간) 2016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이자 핵심 타자인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29)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유격수 하비 바에즈(28)와 선발 투수 트레버 윌리엄스(29)를 뉴욕 메츠로 각각 트레이드 했다고 밝혔다.
또 특급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33)과 셋업맨 라이언 테페라(33)를 연고지가 같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트레이드하고, 외야수 제이크 마리스닉(30)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보냈다.
전날 팀 리더 역할을 해온 1루수 앤서니 리조(31)를 뉴욕 양키스로 보낸 데 이은 트레이드다.
팬들은 "팀 해체나 다름없다"며 당황스러움을 표시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단 결정을 원망하기도 했다.
야구 전문가들도 "팀 중심 타선을 한꺼번에 방출한 이런 대대적인 규모의 트레이드는 없었다"고 평했다.
앞서 컵스는 금년초 다저스에서 영입한 거포 작 피터슨(29)을 애틀랜타 브레이브로, 중간계투 앤드류 채핀(31)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각각 보내는 대신 유망주들을 모으기 시작하며 사실상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포기 행보에 나섰다.
컵스는 올 시즌 전반기 한때 중부지구 선두를 지키며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LA 다저스를 상대로 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승리한 후 11연패 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30일 기준 시즌 전적 50승 55패로 MLB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에 머물러있다.
탐 리케츠 컵스 구단주는 "컵스의 심장이자 정신이었던" 브라이언트와 리조를 비롯한 트레이드 대상 모든 선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브라이언트와 리조는 컵스 팬들에게 '브리조'(Bryzzo)로 불리는 '단짝'이자 팀의 '아이콘'이었다.
브라이언트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컵스에 지명됐다.
그는 빅리그 데뷔 첫해인 2015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이듬해인 2016년 득점 1위,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MLB 올스타에 4차례 선발됐다.
리조는 2012년 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컵스로 이적해 10년간 뛰면서 올스타 3차례, 골드글러브 4차례, 실버슬러거 1차례를 수상했다.
10대 후반 소아암을 극복한 리조는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카고 루리 어린이 병원에 총 550만 달러(60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에도 앞장섰다.
브라이언트와 리조는 트레이드 발표 후 2016년 컵스가 해묵은 '염소의 저주'를 깨고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은 때를 '생애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손꼽으며 애틋한 작별 인사를 팬들에게 남겼다.
컵스의 2016 월드시리즈 선발 라인업 가운데 브라이언트, 리조, 바에즈에 앞서 덱스터 파울러(35·LA 에인절스), 카일 슈워버(28·보스턴 레드삭스), 벤 조브리스트(40·은퇴), 애디슨 러셀(27·멕시코리그)이 팀을 떠났고 포수 윌슨 콘트래라스(29)와 외야수 제이슨 헤이워드(31)만 남게 됐다.
선발투수 가운데는 카일 헨드릭스(31)가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제이크 아리에타(35)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다가 이번 시즌에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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