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쇼핑 前대표, 특정업체와 자문·하도급 계약 지시"
중기부, 공영쇼핑 감사 결과…"실무진, 계약일 조작 위해 인쇄일 삭제"
전 대표 "특정업체 선정 지시 안해" 해명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쇼핑의 전 대표가 특정업체와 자문용역 계약과 하도급 계약을 맺도록 실무진에게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지시를 받은 실무진은 계약일을 조작하려고 계약서 인쇄일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
이번 감사는 국회 산자중기위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모 전 공영쇼핑 대표의 용역계약 부당 개입 등 비위 의혹에 대한 감사를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최 전 대표는 원래 임기가 올해 6월 말까지였지만 지난 1월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사임해 현재 대표 자리는 공석이다.
1일 중기부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공영쇼핑은 2018년 7~9월께 디자인·영상·메시지 자문위원 3명을 위촉하고 이들과 관련된 업체와 자문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액은 각각 약 4천만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 전 대표가 업무 담당 실장·팀장에게 특정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문위원과 상견례 일정을 잡고, 또 언제 출근시킬지 지시하는 등 계약 체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게 중기부 판단이다.
지시를 받은 팀장은 용역계약서를 작성하며 자문 용역을 시작한 날짜와 실제 계약 날짜 간에 공백이 생겨 자문료를 지급할 수 없게 되자 계약날짜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또 실무자인 담당 차장에게 계약서에 인쇄일이 표시되지 않게 계약서 하단에 기재된 인쇄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감사에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는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도 최 전 대표의 부당 개입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영쇼핑은 2019년 1월 중소기업 대표를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는 광고를 추진하며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최 전 대표가 특정 카피라이터와 광고 디자인 제작업체에 하도급을 주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최 전 대표의 지시가 공영쇼핑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중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최 전 대표 지시를 받아 특정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도록 요구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 담당 실장·팀장은 '경징계'로 정했다. 담당 팀장은 3월 말 퇴직했다.
그러나 최 전 대표는 "당시 업무 지시는 자문위원을 위촉해 전문적인 조언을 받아 업무 등을 진행하라는 것이지 특정인을 자문위원으로 선정하라는 것이 아니었다"고 감사 당시 해명했다.
또 하도급 계약과 관련, "광고대행사가 사업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정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자 공영쇼핑에 업체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전 마케팅 본부장의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채용 취소 사유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18년 8월 채용공고에 '경력 20년 또는 기타 이와 동등한 자격이 인정되는 자'라는 조건이 있었는데 전 마케팅 본부장의 경력은 '19년 5개월'이었다.
중기부는 그러나 공영쇼핑이 경력 불일치 사실을 확인하고도 내부 검토 등을 거쳐 이를 경력으로 인정하고 채용한 점을 고려하면 채용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영쇼핑은 전 마케팅본부장의 근로계약 기간을 내년 1월까지 1년 연장했지만 그는 올해 5월 말 개인 사정을 이유로 퇴사했다.
kak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