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피살·사기 저하·부패…'구멍 숭숭' 아프간 정부군

입력 2021-07-30 15:41
수정 2021-07-30 15:44
조종사 피살·사기 저하·부패…'구멍 숭숭' 아프간 정부군

美아프간감사관 보고…"상황 개선 안되면 실재적 위기 직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정부군 전력 곳곳에서 구멍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 외신은 30일 미국 정부기관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올해 2분기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의 동향을 전했다.

SIGAR는 우선 아프간 공군 조종사들이 탈레반에 의해 표적 살해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드러냈다.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과 전투하는 데 있어 공군은 핵심 전력 중 하나다. 공습을 통해 공군이 없는 탈레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습을 지원하던 미군이 철수하는 상황에서 아프간 공군 조종사들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7명 이상의 아프간 조종사가 부대 밖에서 탈레반에 의해 피살됐다.

미군 소속 엔지니어들이 떠나면서 항공기 등 주요 장비 운용과 부품 보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실제 임무에 투입되는 아프간 공군 전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UH-60 블랙호크 헬기부대의 경우 6월 현재 전체 전력 가운데 39%만 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는 지난 4, 5월의 절반 수준이라고 SIGAR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부 가용 전력에 심한 부하가 걸렸다.

SIGAR는 "항공 지원, 정보 수집, 감시·정찰 임무 요청이 증가하면서 모든 항공기 체제가 혹사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군의 사기 저하도 큰 문제다.

탈레반이 몰려오면 초소나 장비 등을 버리고 달아나는 정부군이 속출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병사들은 특공대원의 지원이 없으면 전투에 나서지 않으려 하는 상황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고도로 훈련된 특공대원이 초소 경비나 루트 확보 등 일반적인 작업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SIGAR는 "특수부대 인력이 잘못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군 내 부패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 소프코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은 "정부군에 지급된 연료의 절반 이상이 불법으로 빼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백악관 추산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군의 수는 약 30만명으로 탈레반 조직원 7만5천명보다 훨씬 많은 상태다.

하지만 정부군이 이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져갈 경우 아프간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둘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소프코 감사관은 "만약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프간 정부는 실재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하면서 정부군 등과의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군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자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SIGAR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의 공격은 2019년 12월∼2020년 2월 6천700건에서 2020년 9∼11월 1만3천242건으로 늘어났다.

이후에도 탈레반의 공격 횟수는 3달 평균 1만회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