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 딴 미 체조 스타가 '이순이?'…알고 보니 몽족 후예
몽족 출신 미국인 첫 올림픽 체조선수
몽족은 중국 남부와 동남아에 많아 살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체조선수가 '순이(Suni)'라는 유명한 한국인 이름으로 불려 눈길을 끈다.
29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의 수니리(18·미국)는 이날 도마,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의 4개 종목을 합산하는 기계체조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그는 본명이 수니사리(Sunisa Lee)지만 미국 언론들에 의해 약칭으로 '수니리(Suni Lee)'로 불리고 있다.
한국인이 보기에는 자칫 '이순이'라는 이름으로 착각할만한 것이다.
그는 라오스 출신의 몽족이다. 몽족은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져 살고 있다.
수니리의 조상은 라오스에 살다 베트남전쟁 발발 당시 미국에 협력했지만, 미국이 도중에 철수하면서 목숨을 잃거나 난민 신세가 됐다.
이들은 1970~80년대 미국에 정착했고, 위스콘신주와 미네소타주에 가장 큰 공동체를 형성했다. 리는 이 중 미네소타주에서 자랐다. 몽족은 2019년 기준 32만명 이상이 미국에 살고 있다.
이들은 가족 이상의 굉장히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의 아버지는 엘르 잡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역대 미국에서 몽족 출신이 이뤄낸 제일 큰 성과"라며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최초 몽족 출신 미국인인 그는 6살 때부터 코치의 지도 아래 체조를 배우기 시작해 9살 때는 평균대에서 공중제비돌기를 하는 등 체조의 소질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는 14살 때 미국 주니어국가대표단에 들어갔고 2018년 이단평행봉 전국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점차 올림픽 참가의 꿈에 가까워졌다.
그의 이번 금메달은 운도 따랐다. 유력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24·미국)가 정신 건강을 이유로 기권한 것이다.
그는 바일스의 퇴장으로 미국 여자 체조팀의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하며 단체전에서도 은메달 수상으로 이끌어 언론에 의해 스타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19년 아버지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가슴 아래 신체가 모두 마비되는 참변을 당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신을 키워주었던 삼촌과 숙모를 잃었다.
리는 올림픽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지만 아버지의 지속적인 격려 속에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또 팬데믹 속 아시아 혐오와 인종차별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에 승리를 거머쥔 리는 "그들은 우리를 이유 없이 혐오한다"며 "우리가 그들이 말하는 것 이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멋진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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