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복지 누가 떠맡나…유소년·생산인구 감소 '아찔'

입력 2021-07-30 05:30
세금·복지 누가 떠맡나…유소년·생산인구 감소 '아찔'

10년간 유소년 161만명 줄고, 고령인구 279만명 늘어

"40대 이하 세대 30여년 뒤 연금 파탄 내몰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 세금은 누가 내고 복지는 무슨 돈으로 할까.

내년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은 다투어 전대미문의 각종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재원을 부담할 생산 인구나 미래의 납세자인 유소년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인구절벽에 대응해 산업구조는 물론 연금 등 각종 복지나 노동시장, 교육제도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포퓰리즘에 함몰된 정치권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 향후 10년간 생산 인구 340만명 증발…유소년 감소 '아찔'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11월 1일 기준) 15∼64세 생산연령 인구는 3천575만명이었다. 이는 생산연령 인구가 정점을 찍었던 2016년의 3천631만명보다 56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10년 후엔 어떻게 될까. 지금의 5∼14세 인구 449만1천명이 생산연령 인구에 편입되는 반면 55∼64세 인구 788만7천명은 고령인구로 넘어간다. 결국 생산연령 인구는 339만6천명이 줄어들게 된다. 지금의 부산 인구(334만9천명) 규모가 향후 10년간 통째로 생산연령 인구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생산인구가 이 정도 감소한다면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 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는 엄청난 충격이 예상된다. 지금의 재정, 복지, 고용은 물론 산업, 교육, 국방 등 경제·사회 전반에 쓰나미가 될 수 있다.

한 세대(30년) 후 국가의 세금과 복지를 떠맡을 0∼14세 유소년 인구의 감소세는 아찔하기만 하다.

유소년 인구는 작년 617만명으로 5년 전인 2015년(691만명)보다는 74만명, 10년 전인 2010년(778만명)보다 161만명이나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지구상 최악으로 떨어진 탓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고령인구는 작년 821만명으로 2015년(657만명)보다 164만명이 늘고, 2010년(542만명)과 비교해서는 279만명이 증가했다.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유소년 비중은 2010년 16.2%, 2015년 13.9%, 2020년 12.3% 등으로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고, 고령인구 비중은 2010년 11.3%, 2015년 13.2%, 2020년 16.4%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유엔은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인 경우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에 대한 고령인구 비율)는 2000년 10.2에서 2010년엔 15.6, 작년엔 23.0으로 올라갔다.

20년 전엔 생산연령 인구 10명, 10년 전엔 생산연령 인구 6.4명이 각각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했으나 2020년엔 4.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한계 상황이 됐다.

◇ 40대 이하 세대 연금 파탄에 내몰릴 가능성

인구 절벽은 올해 대학 신입생 입학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대학 지원자가 입학 정원에 크게 미달하면서 지방의 경우 주요 거점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이 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의 고통을 겪고 있고 일부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올해 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 같은 인구 구조 변화의 충격이 시차를 두고 교육을 넘어 국방, 임금 체계, 정년 문제, 연금 등 사회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남은 5∼10년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감당이 어려운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예고된 인구 구조 변화에 대비해 사회·경제 시스템을 미리 손보지 않으면 상황이 닥쳤을 땐 이미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뒤여서 답이 없어진다"면서 "이젠 문제를 외면하거나 회피할 단계가 지났다"고 경고했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 회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구조 변화로 가장 심각한 것은 연금"이라면서 "연금 수급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노년부양비는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우리나라는 연금 유지를 위해 소득의 평균 20%를 부담해야 하지만 9%만 거둬들이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게 연금 부채가 쌓이고 있다"면서 "지금은 연금기금 적립금이 880조원을 넘어 체감하지 못하지만 36년 후인 2057년에는 마이너스로 전락하게 된다"고 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문제없이 연금을 누릴 수 있지만 지금 40대 이하 세대는 연금 절벽으로 노후 파탄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10년 전 핵폭탄보다 무서운 게 저출산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국가 현안으로 삼아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우 교수는 "사회 시스템의 여러 부문을 손봐야 하지만 예컨대 임금 체계의 경우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성과 직무급제로 바꿔 장기적으로 정년을 없애야 하며 이를 위해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젊은 인구의 감소는 경제 활력과 생산성을 떨어트려 잠재성장률을 약화하고 고령 인구의 증가는 재정부담을 가중하고 결국은 증세로 인해 민간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구의 유지 노력과 함께 자원의 재배치와 노동시장·규제 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자녀 세대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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