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전사 선구자' 주미 중국대사 부임에 미중갈등 악화 전망(종합)

입력 2021-07-29 15:04
'늑대전사 선구자' 주미 중국대사 부임에 미중갈등 악화 전망(종합)

전문가 "이전과 달라"…직설적 언행 보면 긴장 불가피

"대국관계 만들기 주력…필요시 공격 주저 않을 것"

"양국관계 악화 시점에 부임…전투적 메시지 빈발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김진방 기자 = '강경파' 친강(秦剛·55) 신임 주미 중국대사 부임으로 최악으로 치닫는 미중 관계의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주요 외신들인 친 대사의 부임과 관련해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관계가 더 강경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친 대사가 이날 워싱턴 DC에 도착했다면서 강성인 그의 부임으로 중국 정부가 한층 강도 높은 대미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친 신임 대사는 베이징에서 국제관계를 전공한 뒤 UPI통신 베이징 사무소에서 어시스트로 일했다.

1992년 외교부에 발을 들인 뒤 정통 외교 관료로 경력을 쌓았고, 특히 2005년 대변인으로 임명된 뒤 티베트와 신장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서구의 비판을 강도 높게 받아치는 강경한 모습으로 인상을 남겼다.

미국 근무 경험은 없지만 유럽 문제를 총괄했고, 이후에는 외교부 내 정보부서와 의전을 담당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고 NYT는 전했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등에 동행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대중 견제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미 외교 최전선에 서게 되는 그는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되는 전임 추이톈카이(崔天凱·69) 대사에 비해 한층 직설적이고 전투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홍콩 사태,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 위구르에 대한 인권 탄압 등을 놓고 비판이 이어지고 관련 제재를 당장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그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공격적 행보를 서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NYT는 친 대사가 중국이 미국에 대적하는 강대국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당장의 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상대에 대한 공격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 간 고위급 회담에서 이례적으로 노골적인 충돌을 노출한 이래 최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중국 방문까지 일관된 흐름이기도 하다.

AFP 통신도 친 대사를 '전랑 외교'(늑대전사 외교)를 구사하는 외교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통신은 "미중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시점에 매파인 친 대사가 미국에 부임해 '전투적인'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는 외교부 대변인으로 두 차례 근무하면서 외신 기자들에게 가시 돋친 발언을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늑대 전사'라고 불리는 공격적인 중국 외교 스타일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친 대사가 지난 2월 중국을 향한 근거 없는 중상모략과 광적인 공격에 대응해 늑대 전사 방식의 외교를 옹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AP 통신도 친 대사가 미중 관계가 수십 년 동안 최악인 상황에서 부임했다면서 그가 중국에 대한 비판에 신랄한 반응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친 대사가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일성으로 올린 "양국은 서로를 상호 존중과 평등의 자세로 대해야 하고, 평화적 공존과 '윈윈'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인사말 역시 이 같은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국방부 관료 출신인 드류 톰슨은 관련해 "중국 지도자에 대한 존엄과 평등한 대우에 집중한 인물의 부임은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해스 연구원은 "친 대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주저하지 않고 상대를 화나게 할 수 있다"며 "그는 시 주석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 왔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고문인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교수도 AP와 인터뷰에서 "그의 서방과 미국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은 이전 임기의 중국 대사들과 비교해 더 강경하다"고 평가했다.

친 대사가 중국 젊은 세대 외교관들의 전투적인 늑대 전사 외교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지만, 서구 진영의 대중 비판을 강경하게 받아치는 데는 일종의 선구자 격이라고 NYT는 전했다.

친 대사의 부임이 미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된 예상과 달리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친 대사의 부임 일성인 "중미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 양국이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앞선 양국 고위급 회담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WSJ은 친 대사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양국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친 대사의 발언은 중국이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조건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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