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첫 금' 역도선수, 말레이서 물병으로 훈련한 까닭

입력 2021-07-29 10:36
수정 2021-07-29 16:54
필리핀 '첫 금' 역도선수, 말레이서 물병으로 훈련한 까닭

코로나 봉쇄령에 말레이서 1년여 발 묶여…백신 맞고 도쿄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이 필리핀의 '사상 첫 금메달' 획득에 자신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발언해 무슨 사연인지 관심이 쏠렸다.



29일 하리안메트로 등에 따르면 아드함 바바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필리핀 역도 선수 하이딜린 디아스(30)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의 성공에 기여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그는 "나는 디아스와 코치들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코로나 백신 접종을 도와준 책임자"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역도 선수 디아스는 지난 26일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필리핀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24년 이후 무려 97년 만의 일이기에 디아스는 필리핀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가난한 집안의 육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디아스는 어린 시절 가족을 위해 물 40ℓ를 지고 수백 미터를 걸어야 했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음에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고초를 겪었고, 늘 훈련경비 부족에 시달렸다.





알고 보니, 디아스는 작년 2월 중국인 코치의 조언으로 말레이시아에 전지 훈련을 왔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양국 봉쇄령 등으로 말레이시아에 발이 묶였다.

디아스는 쿠알라룸푸르의 좁은 숙소에 지내며, 봉쇄령으로 체육관이 문 닫은 기간에는 대나무 막대기 양 끝에 무거운 물병을 매달아 역기처럼 드는 연습을 반복했다.

디아스는 작년 4월 7일 봉쇄령 초기에 물병으로 연습하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노 바벨, 노 프라블럼"이라고 적었다.

올해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말라카 외곽 인적이 드문 곳으로 옮겨 마당에서 올림픽 출전 준비에 집중했다.



디아스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하기에, 주말레이시아 필리핀 대사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아드함 바바 보건부 장관이 디아스와 코치진이 7월 18일 도쿄로 출국하는 일정에 앞서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말레이시아 매체들은 "디아스의 메달 획득에 아드함 장관이 한 몫 거들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한편, 모든 시련을 이겨낸 디아스에게는 두둑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정부와 몇몇 기업은 디아스에게 3천300만페소(약 7억5천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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