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腸 세균총'이 다르다"

입력 2021-07-29 09:28
"자폐아, '腸 세균총'이 다르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자폐아는 장(腸) 세균총(gut microbiome)이 정상아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에는 수많은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섭취된 음식을 소화하고 면역체계 발달을 자극하며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홍콩 중문 대학 의대 소화기내과 전문의 응시에(Ng Siew) 교수 연구팀은 자폐아는 정상아에 비해 장내 박테리아 발달이 뒤떨어지고 비정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8일 보도했다.

3~6세의 자폐아 64명과 정상아 64명을 대상으로 장 세균총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아이들의 분변 샘플을 이용, 장 박테리아들의 종류, 개체수, 기능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자폐아들의 식사(diet)와 관련이 없는 장 박테리아들이 정상아에 비해 종류와 개체수에 있어 확연히 덜 발달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아들은 특히 신경전달 활동과 관련된 박테리아들이 현저히 적었고 정상아들에게는 없는 5가지 부류의 박테리아들이 발견됐다.

다른 자폐아 8명과 정상아 10명의 분변 샘플을 또 비교해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는 자폐아는 그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장 세균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선행 연구 결과들은 장 세균총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장 박테리아와 중추신경계를 연결하는 경로, 즉 장뇌축(gut-brain axis)이 사회적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도 있다.

이 결과는 ASD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현재 ASD를 진단할 수 있는 결정적인 검사법은 없다. 치료법 역시 마찬가지다.

소아기에 장내에 형성되는 박테리아군(群)은 인간 성장과 건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창(window)인 만큼 소아기의 장 세균총 변동은 ASD 발생에 중요한 기능적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ASD 아이들은 정상 아이들보다 변비, 설사, 음식 민감성 등 위장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6~8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소화기내과 학회(British Society of Gastroenterology) 학술지 '소화관'(Gut)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