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때 뇌손상 입어 35년 뒤 사망…살인죄로 기소된 미 여성

입력 2021-07-29 08:00
아기 때 뇌손상 입어 35년 뒤 사망…살인죄로 기소된 미 여성

평생 장애 속에 살다 사망 "뇌손상이 원인"

법원 종신형 선고 가능성 커져

37년 전 아동학대 모보 다시 법정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갓난아기를 세게 흔들어 뇌 손상을 입힌 혐의로 가벼운 형을 받았던 미국 여성이 그 아기가 성인이 된 후 사망하자 37년만에 다시 살인죄로 기소됐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1984년 당시 22살 나이에 보모로 일하던 테리 맥커키(59)는 그해 7월 3일 생후 5개월의 벤저민 다울링을 아기 엄마인 레이 다울링에게 건네주고 퇴근한 후 소송에 걸렸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느라 보모를 썼던 레이는 아기를 보자마자 바로 이상함을 느꼈다. 아기의 주먹이 꽉 쥐어져 있었고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놀란 레이는 즉각 아기를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심각한 흔들림으로 인한 뇌출혈을 진단받았다.

맥커키는 살인미수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지만, 끝까지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형량조정협상(plea deal·피의자가 범죄혐의를 인정하는 경우 감형해주는 제도)을 통해 징역 3개월과 3년 보호관찰을 선고받았다. 애초 예상됐던 12~17년형보다 대폭 줄어든 형량이었다.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그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수감생활을 하고 출산 후 석방되는 조건이었다.

맥커키는 "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제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다"고 끝까지 범행을 시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뇌 손상을 입은 벤저민이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9년 3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상황이 바뀌었다.



검찰은 최근 맥커키를 1급 살인 혐의로 다시 기소했고 플로리다주 브라우어드 카운티 대배심도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검시 결과 피해자 사망은 37년 전 부상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대배심은 해당 사건을 살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시관은 벤저민이 죽을 때까지 뇌 손상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안고 살다가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맥커키는 종신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현재 자택 근처 텍사스주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벤저민 부모는 아들이 뇌 손상을 입은 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벤저민이 "제대로 기어 다니거나 걷거나 말하거나 먹지 못했다"며 "햄버거나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척추 금속봉 삽입술 등 여러 수술을 받았고, 호스를 통해 음식을 섭취했으며 특수학교에 다녔다.

부모는 "아이가 말은 못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웃음을 보였다"며 "그래도 아이는 우리가 누구고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료 및 과학 증거가 발전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살인에 무게를 둘 것"이라면서도 "맥커키 변호인 측에서는 시간이 지나 적절한 변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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