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방역 완화, 백신 내성 바이러스 변이 위험 키운다"

입력 2021-07-28 12:10
수정 2021-07-28 14:40
"성급한 방역 완화, 백신 내성 바이러스 변이 위험 키운다"

영국 전문가 "변이 막으려면 백신 접종 확대·방역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델타 변이 확산과 함께 다시 대유행 하는 가운데 영국처럼 백신 접종을 근거로 방역 수준을 완화하면 오히려 감염이 증가하면서 백신 내성 변이가 출현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노리치의대 케빈 타일러 교수팀은 28일 국제학술지 '독성'(Virulence)에서 "백신이 감염과 사망률 간 연관성을 약화시켰지만,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국가에서 백신 보급을 (방역) 정책을 바꾸기 위한 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그 이유로 전 세계 대부분 인구가 아직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고 효과적인 백신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국가에서도 어린이 등 구성원 상당수가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방역 조치 완화로 바이러스가 확산할 경우 변이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연구팀은 이를 바이러스 변이 발생의 기본 원리를 들어 설명했다.

방역을 완화하면 바이러스 전염이 촉진되고 감염자 수에 비례해 바이러스 개체 수도 늘어나는데, 이 경우 바이러스의 적응 진화 능력이 향상되고,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이동할 때 RNA 분자구조가 변하는 '항원변이'를 통한 백신 내성 변이 출현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어린이들이 백신 접종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어린이들은 코로나19 중증 위험이 낮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방역을 완화하면 어린이와 취약층에 대한 감염력과 독성이 더 강한 변이가 등장할 위험도 더 커진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타일러 교수는 "변이 출현 속도를 늦추려면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하고, 어린이 백신 접종과 공중 보건 정책을 함께 시행해 감염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린이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방역 완화 시 특히 위험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전염력이 강한 변이가 출현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며 "전 세계 인구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받아 면역이 생겼을 경우에만 사회적 방역 조치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코크 밴 오스터호트 교수는 인간은 백신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군비경쟁을 하는 셈이라며 방역 조치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 개체 수를 크게 줄일 수 없다면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 접종 프로그램만으로는 팬데믹을 끝낼 수 없고, 과학적 증거들은 '감염 재생산지수'가 1 미만일 때만 사회적 방역 조치를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전파되는 동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의무적인 공중보건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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