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맛있길래"…말레이 맛집에 '봉쇄령' 뚫고 헬기 배달시켜

입력 2021-07-25 11:46
"얼마나 맛있길래"…말레이 맛집에 '봉쇄령' 뚫고 헬기 배달시켜

쿠알라룸푸르서 200㎞ 비행해 1인분에 2천700원짜리 음식 픽업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코로나 봉쇄령으로 주(州)간 이동이 엄격히 금지된 말레이시아에서 200㎞ 떨어진 맛집에 헬기를 보내 음식을 포장해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 하리안메트로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페락주 이포에 있는 유명 음식점에 '나시 간자'(Nasi Ganja) 36인분을 포장해달라며 헬기가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지러 갈 것이란 전화가 걸려왔다.

나시 간자는 인도계 무슬림들로부터 유래한 음식으로, 찐 쌀밥에 닭고기나 소고기, 양고기를 카레소스, 소금에 절인 오리알 등과 같이 먹는 음식이다.

음식점 측은 '설마 헬기로 가지러 올까'라며 반신반의했지만, 인근에 있는 파당 이포 공원에 헬기가 곧 착륙할 것이란 연락을 받고 종업원이 포장한 음식을 가지고 가도록 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200㎞를 날아온 헬기는 이포 공원에 오전 9시55분 착륙해 포장된 나시 간자를 가지고 10시 15분에 이륙,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갔다.

빨간색 헬기가 공원에 착륙해 포장된 음식을 가지고 가는 사진·동영상이 곧바로 SNS에 퍼졌다.





현지 경찰은 "해당 헬기는 이포공항에 착륙하도록 허가를 받았는데, 이포 공원에 불법으로 착륙했다"며 "주(州)간 이동 허가를 받았는지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헬기를 보낸 주문자가 누구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음식점 측은 "진짜 헬기가 올 줄 몰랐다"며 "나시 간자가 고급 음식처럼 보이겠지만, 헬기가 가지러 와도 1인분에 10링깃(2천700원)으로 똑같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5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봉쇄령을 발동했지만, 쿠알라룸푸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이달 13일부터 계속 일일 확진자가 1만명 이상이며, 전날 또 1만5천902명이 추가돼 누적 99만6천393명, 사망자는 184명 추가돼 누적 7천902명이다.

봉쇄령 장기화로 굶어 죽을 처지에 처한 사람이 늘면서 창문에 흰 깃발을 걸면 자원봉사자들이 식료품을 가져다주는 '백기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산했고, 노숙인 등을 위한 '푸드뱅크'도 곳곳에 생겨났다.

네티즌들은 '이런 상황에 헬기로 음식 시켜 먹은 사람이 누구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일부는 '나시 간자가 얼마나 맛있길래 헬기를 보내냐'며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헬기 배달사건이 알려진 뒤 나시 간자 가게에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보도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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