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빅테크 때리기' 위험 확산…국내투자자 1.1조 보유

입력 2021-07-25 07:00
中정부 '빅테크 때리기' 위험 확산…국내투자자 1.1조 보유

디디추싱 등 올해 고점 대비 41%↓…서학개미는 551억 순매수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중국 정부의 자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전방위 때리기'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관련 주식이 최소 1조1천억원 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를 잠재적 체제 위협 요인으로 간주해 일부 종목 강제 상장폐지와 같은 초강수까지 거론하면서 관련주들이 급락하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텐센트(騰迅·텅쉰)·알리바바 등 주요 중국 빅테크 주식 보유 금액은 총 9억9천327만달러(약 1조1천437원)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은 중국 당국이 최근 각종 조사·규제·제재 조치를 가했거나 그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들이다.

예탁원은 세계 주요 증시별로 국내 투자자 보유 상위 50개 종목에 대해서만 보유 금액을 집계하고 있어 실제 보유 주식 규모는 위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 디디추싱 미국 상장, 국가안보 사태로 비화

작년 10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의 '설화'(舌禍) 사건으로 본격화한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는 최근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滴滴出行)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차원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싱이 지난달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 중국 정부는 곧바로 이 회사에 대해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국가 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 등을 이유로 '인터넷 안보 심사'에 착수했다.

이어 디디추싱 메인 앱을 비롯해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26개 앱의 다운로드를 금지시켰다.

게다가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 대해 지난 4월 알리바바에 부과한 중국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독점점 위반 과징금 182억2천800만 위안(약 3조2천억원)을 넘는 과징금과 일부 영업정지, 상장폐지 등 초강력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장 이후 한때 16.40달러까지 올랐던 디디추싱 주가는 23일(현지시간) 8.06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이처럼 디디추싱이 철퇴를 맞는 것은 이 회사가 보유한 지도·교통 정보 등 정밀한 위치정보가 미국 증시 상장으로 미국 등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정부의 인식 때문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5년 디디추싱이 자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주요 정부 부처의 업무 활동을 평가한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며 "미국 상장으로 미국 정부가 (디디추싱에)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면 사실상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중국 내 위치정보의 민감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사례는 올해 퓰리처상 국제보도분야 수상작인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의 중국 인권탄압 심층 보도다. 이 기사는 중국 바이두 지도에서 비공개 처리된 지역들에 대해 외부 위성자료를 수집, 신장위구르 내 비밀수용소 시설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이처럼 단 3명의 기자가 공개된 지리 데이터를 통해서 충분히 군사시설 등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 정부가) 중국 인구 90%가량의 이동 정보가 담긴 디디추싱의 주행정보 노출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디디추싱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내세워 기술기업을 제재한 첫 번째 사례"라며 "이는 앞서 처벌 및 조사를 받았던 알리바바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법률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 중국 정부, 빅테크 해외 상장 차단 나서…"'빅브라더' 모델로 전환"

디디추싱뿐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 배달 등 서비스업체 메이퇀(美團), 온라인 영상 플랫폼 콰이서우(快手) 등 주요 빅테크 대다수가 반독점 등 다양한 이슈로 당국의 조사·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는 빅테크의 미국 등 해외 증시 상장을 차단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회원 100만명 이상인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당국의 사이버 안보 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해 빅테크 해외 상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꿨다.

또 중국 빅테크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주로 이용하는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 해당 기업과 지분 관계는 없지만 계약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법인)에 대한 규제 개정을 검토 중이다

중국 당국은 그간 VIE를 통한 우회적 방식의 해외 증시 상장을 묵인해왔지만, 이제 이 경로를 차단하고 정부 승인을 거쳐야만 해외 상장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중국 기술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상장 요건이 까다로운 중국 국내 증시와 홍콩 증시를 피해 미국에 상장해왔다"며 이번 조치로 중국 정보기술(IT)산업의 자본 조달능력 전반에 타격이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공산당의 절대적인 정보·경제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빅테크 성장까지 억제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디지털 경제의 장점인 탈(脫)규제·정보 개방에 역행하는 정부의 정보 독점을 통해 경제·사회를 통제하는 '빅 브라더' 모델로 중국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기업이 2020∼2021년 미 증시 신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약 260억 달러에 달한다"며 ▲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국 주요 빅테크의 자금 조달 차질 가능성 ▲ 기술 보호주의를 통한 독자적인 디지털 생태계 구축·성장의 한계를 중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평가했다.

◇ 서학개미, 중국 빅테크 '저가매수'…"신중 접근 필요" 관측도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는 곧바로 이들 종목의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요 중국 빅테크 9개 종목의 주가(23일 현재)는 올해 고점 대비 평균 41.1% 추락했다.

하지만 국내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중국 기술주를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원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을 총 4천782만 달러(약 551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태풍의 눈'인 디디추싱을 1천460만 달러(약 168억원) 순매수, 텐센트(2천366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이에 대해 한정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중국 본토 증시와는 달리 홍콩·미국 증시 상장 중국 기업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당초 정부 차원에서 자국 기업 보호 강화와 동시에 외국 기업에 대한 진입장벽 높이기로 몸집을 키웠던 중국 대형 인터넷기업들이 정부의 규제 강화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 국내 투자자 중국 주요 빅테크 주식 보유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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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종목 │보유 금액(미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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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텐센트│4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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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알리바바 │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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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알리바바 │14,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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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메이퇀│ 7,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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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징둥 │ 3,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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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알리바바 헬스 │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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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바이두│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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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디디추싱 │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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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콰이서우 │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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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99,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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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바바는 미국·홍콩 증시 동시 상장

(자료=예탁원)

◇ 중국 주요 빅테크 주가 연중 고점 대비 하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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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하락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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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알리바바 │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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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리바바 │ -2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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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징둥 │ -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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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텐센트 │ -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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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메이퇀 │ -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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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두 │ -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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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디추싱 │ -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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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알리바바 헬스 │ -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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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콰이서우 │ -6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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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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