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일왕의 돌직구?…바흐 만나 '완벽한 방역 쉽지 않다'
개막식 앞두고 면담…"감염 확산 우려" 궁내청 장관 발언과 맞물려 주목
바흐 "일본에 위험 초래하지 않도록 하겠다"…일본 확진자 급증
(도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하루 앞둔 22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서 올림픽을 개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인식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소재 고쿄(皇居)에서 바흐 위원장을 면담하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 관해 "감염증에 만전의 대책을 강구하면서 대회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여러분이 모든 힘을 다하는 것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감염 확산을 막으면서 올림픽을 개최하기 어렵다는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시대에 일종의 상식과 같은 발언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IOC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력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는 등 예의를 갖춰 발언했다.
하지만 그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는 분석이 최근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몽상'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일왕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일본 헌법은 일왕이 "국정에 관한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궁내청(宮內廳) 장관은 "폐하(나루히토 일왕을 의미함)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올림픽·패럴림픽 개최가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한다고 배찰(拜察·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는 것)하고 있다"고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바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올림픽 헌장에 따라 23일 대회 개회 선언을 할 예정인데, 올림픽에 대한 일본 내 반대 여론을 의식해 개회선언 문구에서 '축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방안을 주최 측이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일본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올림픽이 감염 확산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징후는 이어지고 있다.
아직 정식 개막하지 않았음에도 이달 1일 이후 대회 관계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22일 기준 87명에 달했다.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전날 5천 명에 육박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일왕의 발언에 "일본의 여러분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을 폐하에게 다시 약속한다"고 반응했다.
면담은 식사를 동반하지 않고 이뤄졌으며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감염 방지 대책을 취한 가운데 대화했다고 교도는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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