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계약 맺었는데 기본 배달료도 '쏙 빠졌네'
공정위·국토부 합동점검…76%는 표준계약서 채택·자율 시정키로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배달기사 A씨는 지역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배달 업무를 배당받아왔는데, 그에게 들어오는 배달료는 들쭉날쭉했다.
무심코 사인했던 계약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가 받아야 하는 기본 배달료도 정확히 적혀 있지 않았다.
배달기사 B씨가 사인한 계약서에는 다른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할 수 없다는 이른바 멀티호밍(multihoming·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합동으로 지역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 간 계약서를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문제 조항이 다수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배달대행업체는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분리형 배달 대행 앱으로부터 배달기사 요청을 받고 기사들에게 업무를 배정한다.
정부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생각대로·바로고·부릉 3개사와 거래하는 약 700여개 배달대행업체 중 배달 기사 수가 50명 이상인 163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했다. 이들 업체로부터 업무를 받는 배달 기사 수는 약 1만2천명이다.
점검 결과 폐업·주소불명 등으로 인한 22곳을 제외한 141개 업체와 기사가 맺은 계약서에는 문제 조항이 수두룩했다.
계약서에는 사고 발생 시 귀책 사유와 무관하게 업체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는 조항,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기간 제한 없이 계약해지 후 경업(경쟁업종)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다.
업체의 건당 수수료를 100∼500원 등 범위로 정하고 변동이 가능한 사유는 명시하지 않아 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배달 기사의 단순한 계약상 의무 위반이나 분쟁 발생을 이유로 통지나 항변 기회 없이 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도 발견됐다.
이에 정부는 기본배달료는 가급적 계약서에 명시하고 상황에 따른 추가금액을 지급하도록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계약서에 건당 수수료(율)를 명확히 정하고, 배달업무 수행 중 사고 발생 시 업체에 귀책 사유가 있다면 업체가 책임을 분담하도록 했다.
경업금지 의무는 인정하되 계약 기간에만 유지되도록 했고, 배달 기사가 여러 배달대행업체로부터 업무를 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삭제토록 했다.
배달 기사의 단순한 계약상 의무 위반은 업체가 사전에 통지하고 시정·항변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고객 상대 범죄행위 등 계약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만 즉시 해지가 가능하게 했다.
점검 대상 업체의 76.1%인 124곳은 연내에 이 같은 내용으로 계약서를 자율 시정하거나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표준계약서 채택과 자율시정을 모두 거부한 17개(10.4%) 업체에 대해서는 향후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한편 신고가 접수될 경우 다른 경우보다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관계 부처는 이달 27일 시행되는 생활물류법에 따라 전국적으로 인증제 도입 및 표준계약서 보급 등을 통해 공정한 계약 관행 정착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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