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천장 이유 있네…주택 준공·착공 모두 부진

입력 2021-07-22 05:30
서울 집값 천장 이유 있네…주택 준공·착공 모두 부진

오세훈 표 스피드 공급도 '실종'…공급 불안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올해 들어 서울 지역에서 주택 공급의 핵심 지표인 준공과 착공, 인허가가 모두 넉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전국 집값 불안의 진앙인 서울에서 현재의 주택 공급난은 물론 향후 3∼4년 후에도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8년부터 올해 2·4대책에 이르기까지 서울 도심에 막대한 공급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본격적인 인허가나 착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 주택 준공·착공 부진…인허가는 예년 수준

21일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 통계 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주택 준공은 2만9천475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3만6천20 가구)보다 줄었고 2019년(2만9천190 가구)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주택 준공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과거 2∼4년 전 활발한 인허가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준공 건수의 감소나 정체는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져 현재의 집값 불안이 지속할 수 있음을 뜻한다.

1∼5월 주택 착공은 1만7천555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2만7천724 가구)이나 재작년 동기(2만4천410 가구)와 비교해 많이 감소했다.

이 기간 선행 지표인 주택 건설 인허가는 3만915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2만2천149 가구)보다 39.6% 늘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5년간의 1∼5월 평균 인허가가 2만9천377가구임을 감안하면 시장에 안도감을 줄 정도로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

주택의 인허가나 착공이 압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3∼4년 후에도 공급 부족이 해소되긴 어렵다.

정부는 2·4 대책에서 서울 도심에 33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현재 공공 재개발이나 재건축 부지를 선정하거나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이어서 언제 주택 건설에 착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작년 8·4 공급 대책의 핵심이었던 태릉골프장(1만 가구)과 용산 캠프킴(3천100가구) 개발은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의 이견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고, 서부면허시험장(3천500가구)과 상암DMC 용지(2천 가구) 개발도 주민 반발 등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는 서울 도심에서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리겠다는 신호를 계속 시장에 주고 있지만 아직은 실제 충분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주택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 성과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 길 잃은 오세훈 표 '스피드 공급'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은 작년 4만9천415 가구에서 올해는 3만864 가구, 내년엔 2만463가구로 감소한다.

여기에 지금과 같은 인허가나 착공 부진이 이어지면 공급 부족은 향후 3∼4년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향후 5년간 24만 가구를 민간 주도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개발 기대감에 따른 집값 급등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거부 등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 시장은 가격 급등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재건축보다는 재개발 활성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2026년까지 주택 2만4천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 외엔 구체적 사업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114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재개발·재건축을 밀어붙이기엔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개발 기대감으로 집값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서울시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정부나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3∼4년 후에도 서울의 주택난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이나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더라도 서울에서 공급이 부진할 경우 서울 주택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다. 서울 주택이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방 투자자들이 대거 매입에 나서고 있는 점도 상황을 꼬이게 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직방이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오피스텔·상가) 매수자 가운데 외지인 비중은 최근 9년 새 17%에서 25%로 높아졌다. 매물 4채 중 한 채를 외지인이 가져가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공급 대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민간기업의 공급 물량이 많이 줄어 공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렇게 되면 현재의 집값 상승 추세가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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