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독, 노르트스트림-2 합의…러시아 견제 '안전장치'

입력 2021-07-21 09:36
수정 2021-07-21 10:42
미·독, 노르트스트림-2 합의…러시아 견제 '안전장치'

양국 정상회담서 원칙적 합의…러시아 제재 가능성 포함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미국과 독일이 오랜 갈등을 빚어온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 완공에 합의한 것으로 20일(현시시간) 전해졌다.

양국은 지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세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국 관계자를 인용,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의 노르트스트림-2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이를 용인하기로 독일과 입장 정리를 마쳤고 이르면 21일 합의문을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발트해를 가로질러 우크라이나를 통과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보내는 해저 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완공되면 수송용량이 배로 늘어난다.

미국은 이 사업이 완성되면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심화하고, 이를 러시아가 정치적 영향력을 늘리는 지렛대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관련해 합의문에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경우 독일이 독자 견제에 나서고 유럽 차원에서도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제재하는 등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인질로 잡을 경우 향후에라도 미국이 노르트스트림-2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됐다고 한다.

다만 미국이 요구한 이른바 '킬 스위치' 조항은 독일의 거부로 합의문에서 제외됐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등 주변국이나 서방에 위협을 가할 경우 독일이 가스 수송을 전격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독일은 이 같은 조항은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독일은 또 우크라이나에서 녹색 에너지 사업 육성을 위해 총 10억달러(한화 1조1천500억원) 펀드를 조성하고, 독일이 1억7천500만달러(2천억원)를 초기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2024년 계약 종료 이후에도 10년간 우크라이나가 독일로부터 연간 30억달러(3조4천400억원)의 통행료 보장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양자 에너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별도의 특별 대사를 임명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회담에서 "이 프로젝트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위협하고 우크라이나와 우리 동맹의 안전을 훼손할지 지속적 관심을 갖고 있다"며 거듭된 우려를 분명히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과 합의문 완성을 지시했고, 메르켈 총리의 고별 백악관 방문이 묻히지 않도록 합의 발표는 연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관련해 "독일이 유용한 제안을 내놓았고,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지 않도록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 합의의 특성상 모호한 단어들이 사용된데다 구체적 제재 수단은 많지 않아 미국 내 반대자들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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