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세기의 탈주극' 도운 미국인 부자에 실형
일본 법원, 테일러 부자에 각각 징역 2년, 1년8개월 선고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재판을 앞두고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하도록 도와준 미국인 부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법원은 이날 곤 전 회장이 큰 상자 안에 몸을 숨겨 일본을 탈주하도록 도운 혐의로 기소된 미국 특수부대 출신 마이클 테일러와 아들 피터 테일러에게 각각 징역 2년과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테일러 부자는 2020년 5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체포돼 올해 3월 일본으로 인도됐다.
니레이 히데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에서 곤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없어졌다며 이들 부자가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이 달아난 레바논은 일본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다.
니레이 부장판사는 테일러 부자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곤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가능케 했다며 "변호인 측에서는 부자가 단지 곤 전 회장에 이용당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은 분명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130만달러(약 15억원) 대가는 비용을 충당했을 뿐이라며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동기를 돈으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아버지에게 징역 2년 10개월, 아들에게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일본에서 범죄자를 도와준 혐의는 최대 징역 3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
변호인 측은 부자가 송환 전 미국에 10개월간 구금됐었다는 사실을 들어 집행유예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구금 기간은 형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연봉 축소 신고 및 배임 혐의로 출국금지 상태였던 곤 전 회장은 2019년 12월 오사카 호텔에서 큰 상자 안에 몸을 숨겨 개인 전용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탈주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