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홍수 최악의 인명피해 이유는…"재난경보 제대로 전파안돼"
"폭우 지역 미리 특정하기 어려워…최악의 경우 30분전에 알 수 있어"
"2021년에 이렇게 많은 희생자 나와서는 안돼…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좌절스러워"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을 덮친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156명에 달할 정도로 피해가 커진 이유는 일단 홍수와 폭우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는 데 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재난경보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다는 점도 참사가 빚어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주민들도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하지 않았고, 취약시설의 경우 조기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18일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독일 서부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폭우 경보는 지난주 초반부터 이뤄졌다고 주간 디 차이트는 전했다.
지역에 따라 시간당 100∼150mm, 때에 따라 시간당 200mm의 폭우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경보는 현실이 됐다. 피해지역에는 72시간 동안 시간당 최대 18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게다가 폭우는 거의 이틀간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문제는 정확히 어디에 폭우가 내릴지 미리 특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독일 타게스슈피겔은 기후변화의 재앙이 독일을 덮친 것은 명확하지만, 최근 홍수 참사는 독일이 극단적 기후에 충분한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폭우경보가 일찍부터 예보됐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은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채 홍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브루노 메르츠 독일 포츠담 지질연구센터 홍수전문가는 "지금까지는 독일 서부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갑작스러운 홍수에 대한 믿을만한 예보체계가 없는 것"이라며 "어디에 몇 시간 안에 악천후가 발생해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날지 예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당국은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폭우 경보를 내리지만, 홍수에 대해 경보를 내리지는 않는다"면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베 키르쉐 기상청 대변인은 "최악의 경우 어느 지역에 폭우가 내릴지 30분 전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해나 클록 영국 리딩대 교수는 독일 ZDF방송에 "2021년에는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됐다. 믿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도 좌절스럽다"면서 "이미 수일 전에 무엇이 올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홍수경보시스템(EFAS) 설계에 참여했던 그는 "기상 당국은 예보를 했지만, 어느 순간 경보전달체계가 끊어져 주민들에게 전파되지는 않았다"면서 "독일에는 홍수 위험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의 대응체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해지역 주민들이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하지 않은 것도, 취약시설 주민 대피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밤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아르바일러 지역당국은 아르강 양안 50m 지역 주민에 대피령을 내렸는데, 강에서 200m 떨어진 장애인시설에 격류가 들이닥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장애인 12명이 사망했다.
클록 교수는 "이 시설에서 대피는 조기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런 경우 차라리 지나치게 경계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최악 폭우로 초토화된 서유럽…사망자 200명 육박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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