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힘든 시기에 제 영화에서 희망 읽을 수 있기를"

입력 2021-07-18 16:08
이병헌 "힘든 시기에 제 영화에서 희망 읽을 수 있기를"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 '비상선언' 주연 연기

한국 배우로는 처음 칸 영화제 폐막식 시상자로 무대 올라



(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트라우마로 비행기 공포증까지 있는 사람이 비행기 안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끝까지 뭐라도 해보려는 모습에서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희망을 읽었으면 합니다."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재난 영화다. 사상 초유의 비행기 테러 위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한다.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와중에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결국 고군분투하는 개개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딸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빠 '재혁'을 연기했다. 재혁은 아토피가 있어 친구들에게 놀림당하는 딸을 위해 공기가 좋은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테러 위협의 전말을 뒤쫓는 베테랑 형사를 연기한 배우 송강호와 함께 이 영화의 흐름을 풀어가는 중심축인 이병헌을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병헌이 칸을 찾은 것은 13년 만이다. 그는 2008년 5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을 때 주연 배우로 함께 칸을 방문했다. 그러나 올해 칸 영화제는 그에게 더욱 특별했다.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 폐막식 무대에 시상자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해에 봉(준호) 감독님이 칸 영화제 문을 열었고, (송)강호 형은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고 저도 맡은 역할이 있으니까 한국 배우로서 주눅 들지 않고 설 수 있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기자와 인터뷰한 당일까지도 그는 시상 부문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이 안 올 정도라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이병헌은 17일 여우주연상 시상을 위해 폐막식 무대에 올라 재치 있는 발언으로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이병헌은 2016년에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가 외국어영화상을 시상했다.

그는 아카데미에 이어 칸까지 자신을 시상자로 부른 이유를 묻자 "나이가 어느 정도 되니까 해주는 것 같은데…"라면서 웃었다.



한재림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의 칸 영화제 입성 소식을 접했을 때는 "우리 영화가 재밌긴 재밌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영화제 참석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오랜만에 부성애를 보여주는 이병헌을 만날 수 있다.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식과 함께 나온 적이 거의 없었다"는 이병헌은 "제 아이가 벌써 7살이 됐으니 부모의 마음을 예전보다는 훨씬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6살 때 처음 공황장애를 느낀 장소도 비행기 안이었기 때문에 당시 경험이 이번 촬영에 도움이 됐다고도 한다. "그때만 해도 공황장애라는 말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심장병 정도로 생각했었다"며 "그 기분이 어떤지 아니까 이번 연기에 보탬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영화 '비상선언'의 한국 개봉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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