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초읽기…2년전 실패한 '금리상한 대출' 성공할까(종합)
은행 "2억 대출자, 금리 연 2%p 뛰면 이자 한해 144만원 절약"
2019년엔 금리 안정되자 판매 거의 '0'…은행, 금리상승 대비 고정금리 확대 노력도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르면 8월, 늦어도 10월께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약 1년 반 동안 낮은 금리로 많은 대출을 받은 가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도 '금리상한 특약' 대출 등 금리 상승기를 대비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만큼, 대출자들은 금리 구조를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대출 규모 등을 고려해 가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금리 많이 뛰어도 특약 가입하면 인상폭 연 0.75%p로 제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15일 일제히 금리상한 특약 대출 상품을 내놨다. 향후 금리 상승 위험과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해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금리상한 특약 대출은 간단히 말해 평소 약간의 이자를 더 받고,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금리를 높일 수 없도록 '상한(캡)'을 적용해주는 구조다.
이번에 출시된 특약 상품의 경우, 대출 잔여기간이 3년 이상 5년 미만이면 남은 기간 전체에 금리상한이 적용된다. 그 사이 금리가 아무리 뛰더라도 특약 대출자의 금리 상승 폭은 특약을 맺은 시점에 적용받은 기준금리 대비 1.5%포인트(p)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이 상한을 적용받으려면 연 0.15%포인트의 가산(프리미엄) 금리를 더 내야 한다.
대출 잔여기간이 5년 이상이면 5년까지만 금리상한 특약이 가능하고, 가산 금리는 연 0.2%포인트 수준이다. 5년간 적용 금리는 특약 시점의 기준금리보다 2.0%포인트 넘게 오를 수 없다.
두 경우 모두 남은 대출 기간과 상관없이 금리상한 특약 대출의 연간 금리 상승 폭은 최대 0.75%포인트로 억제된다.
KB국민은행의 설명에 따르면, KB주택담보대출 2억원을 변동금리(현재 연 2.5%)로 받고 대출 잔여기간이 3년인 대출자가 특약에 가입한 뒤 금리가 1년 새 특약 가입 시점의 기준금리보다 2%포인트 뛰었더라도, 적용금리는 4.5%(2.5+2%p)가 아니라 3.4%포인트가 된다. 2.5%에 가산 금리 0.15%포인트와 연간 금리 상한폭 0.75%포인트만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약 가입 전 월 79만원의 원리금을 납부하던 대출자는 특약 가입 1년 뒤 월 100만원(금리 4.5% 적용)이 아닌 88만원(3.4% 적용)만 내면 된다. 연간 약 144만원의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 아직 반응 '싸늘'…"연 0.75%p 이상 금리 상승 빨라지면 특약가입 급증할수도"
이처럼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상품이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17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 따르면 지금까지 영업점 창구 등에 이 특약 관련 문의나 상담 요청은 거의 접수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됐고, 홍보가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직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상태이니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0.15%포인트의 보험금을 내고 금리가 올랐을 때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의 금리 상승 제한 '보험'에 드는 형태"라며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은 금리가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일단 올해 연말까지 0.25%포인트, 내년 초 0.25%포인트씩 모두 0.5%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 기준금리 상승 시점과 상승 폭은 미국 기준금리 동향 등에 따라 유동적이다.
출시 초기 분위기만 보자면 2019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2019년초에도 금융당국과 은행은 비슷한 구조의 금리상한형 대출 상품을 선보였지만, 이후 금리가 오히려 더 낮아지면서 지금까지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의 경우 출시된지 2년이 넘었지만, 이 특약 조건으로 대출이 이뤄진 경우는 고작 1건(9천300만원) 뿐이다. 아예 판매 실적이 없는 은행들도 있다.
하지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2019년 특약보다 조건이 더 좋아진 만큼 앞으로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이 특약을 찾는 대출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9년에는 가입 대상 부부 합산 소득, 보유 주택 수 등의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번 특약에서는 가입 자격 제한이 없어졌다.
연간 금리 상승 제한 폭도 1%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낮아졌다. 특약 대출자가 누릴 금리상한 혜택이 더 커진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보통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리니까, 0.75%포인트 금리상한 특약의 효과를 보려면 1년에 0.25%씩 세 차례 인상해야 한다"며 "지금은 이 가능성에 의구심이 많은 것 같지만, 앞으로 금리 상승 추세가 뚜렷해지면 특약 가입이 급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은행, 금리상승 대비 변동금리 대출 조이면서 고정금리는 풀기도
금리상한형 특약 대출 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는 본격적 금리 상승기를 앞두고 대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변동금리 보다는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6일부터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삼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더 내렸다. 결과적으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대출금리가 0.2%포인트 오른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금융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만 중단됐던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MCI·MCG은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에 가입한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에서 이 보험들과의 연계를 막으면 그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결국 한 은행 안에서 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 대출을 조이는 반면 고정금리 대출 규제는 완화해 상대적으로 고정금리 매력을 키워준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변동금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데, 금리 상승기에는 고객이나 은행 입장에서 모두 위험이 큰 구조"라며 "금리 상승에 대비해 고정금리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현재 가계대출(금융부채) 가운데 약 72%가 변동금리 대출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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