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5천명에 4천300억'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 3년만에 1심결론
서울중앙지법 21일 판결 선고…앞선 소송서 보험사 3연패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연숙 기자 = 가입자 5만여명의 보험금이 걸린 삼성생명[032830] 즉시연금 소송의 1심 승패가 21일 가려진다.
18일 금융소비자단체 금융소비자연맹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제25민사부)은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의 판결을 선고한다.
2018년 10월에 금융소비자연맹 주도로 가입자가 공동소송을 제기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기면 한 달 후부터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원고 들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일정 기간 연금을 수령한 후 만기에 도달하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즉시연금 판매 생명보험사들은 만기형 가입자의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산출한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러한 공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고 보험사의 명확한 설명도 없었다며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내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에 덜 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고, 금감원은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나머지 가입자들에게도 보험금을 주라고 권고했으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신한라이프와 AIA생명 등은 분조위 조정을 수용하거나 소송 중도에 자체적으로 계산한 미지급 연금액을 지급하겠다며 물러섰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8천억∼1조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5만5천명에 4천3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원과 700억원으로 파악됐다.
◇ 삼성생명 상품과 약관 유사한 동양생명 이미 패소
삼성생명 이사회는 2018년 7월 이사회를 열어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상품의 처리 안건을 논의하고,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법원의 판단에 따르기로 한다'고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만기환급금을 위한 적립과 관련해 상품 약관에 '연금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고, 산출방법서에 연금월액 계산식이 들어 있으니 약관에 해당 내용이 편입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원고의 요구대로 만기형 가입자들에게 '상속종신형(만기환급금 없음)'과 같은 연금 월액을 주게 된다면 만기형 가입자는 다른 즉시연금 상품 고객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되므로 형평에 어긋나고, 보험사로서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보험상품의 기본구조가 무너진다고 삼성생명은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교보생명도 소송에서 삼성생명과 비슷한 논리를 펼쳤으나 1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특히, 동양생명의 약관은 삼성생명과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24단독 판사 명재권)은 동양생명에 대한 소송에서 "연금 월액 산출 방법에 관한 사항은 보험사가 명시·설명해야 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면서 "만기형의 경우는 (중략)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만이 연금 월액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만기보험금으로 적립된다는 점까지 명시·설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가입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정세의 김형주 변호사는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나와 있다는 표현으로는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가 공제되는 사실을 밝혔다고 보기에 불충분하다"면서 "제대로 된 약관이라면 공제 사실을 밝히고, 공제하는 금액과 그에 따른 연금 월액은 산출방법서에 따른다고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실제로 현재 즉시연금 약관은 그런 식으로 다 고쳐졌다"고 덧붙였다.
◇ "재판 유난히 지연…소송전 대법원까지 갈 것"
김 변호사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한 소송의 1심 승패 전망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재판부가 관련 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이번 1심에서 패소한다고 해도 곧바로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패소한 3개 보험사도 항소했다.
1심 선고가 어떻게 되든 즉시연금 소송은 최고법원에 가서야 결론이 날 것이란 게 보험업계의 전망이다. 1심에만도 3년을 기다린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2년을 넘게 소송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보험사들이 끝없는 소송전으로 맞서면서 보험금 지급을 권고한 금감원은 체면을 구겼다. 금감원도 가입자들의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즉시연금 소송은 금감원도 당사자"라며 "당연히 승소해야 하는 재판"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나 보험 계리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더라도 소송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는 게 원고 측과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소송전을 멈추고 분조위 결정대로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은 최종 패소한다면 공동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입자에게도 소멸시효를 따지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약 보험사가 소멸시효 주장을 꺼낸다면 금감원이 그대로 두지 않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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