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만명대에 마스크 벗는다는 영국…벌써 가을 재봉쇄 관측

입력 2021-07-18 02:43
하루 5만명대에 마스크 벗는다는 영국…벌써 가을 재봉쇄 관측

확진자 급증에 우왕좌왕…프랑스서 입국시 '격리 면제→격리'로 변경·마스크도 말 바꿔

보건장관도 확진…자가격리자 급증에 곳곳서 차질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이 19일(현지시간)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의 방역규제를 대거 풀 계획이지만 확진자가 하루 5만명 넘게 쏟아져나오면서 일각에선 벌써 '가을 재봉쇄'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제러미 헌트 위원장은 17일 BBC 라디오에서 9월 학교 개학 후에도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 방역 규제를 다시 도입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정부가 규제완화 로드맵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은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보리스 존슨 총리의 대변인이 일부 규제 재도입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거부하면서 총리가 막대한 경제·사회·보건 비용을 감안하면 재도입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답한 점을 들었다.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를 푸는 날이 다가올수록 자국 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걱정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이날 신규 확진자는 약 5만5천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이미 브라질, 인도네시아와 함께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3주마다 배가 되고 있으며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상당히 무서운 숫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과학자들은 '이머전시 인터내셔널 서밋'에서 영국 정부에 규제 해제를 긴급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엔 주요국 정부에 자문하는 과학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백신이 안 통하는 변이가 생기는 환경을 만든다고 우려했다. 집단면역 전략으로 보이는 이 결정이 "부도덕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확진자뿐 아니라 자가격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공장 생산과 식당 영업 등의 차질과 런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 중단 등의 문제가 벌써 등장했고 식품 유통망 마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이 신속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데 따라 존슨 총리 등 주요 각료들이 대거 자가격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해외에서도 영국에 담을 높이고 있다. 불가리아가 영국발 입국을 막았고 프랑스도 영국 등에서 입국하면 24시간 내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를 내도록 했다.



이에 더해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자꾸 바뀌면서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잉글랜드 등은 귀국 시 자가격리 규정을 막판에 뒤집어서 19일부터 프랑스에서 오는 경우에는 10일 자가격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주 초 자가격리가 필요한 '황색국가'에서 귀국하더라도 백신을 2회 접종했다면 방역규제가 모두 풀리는 19일부터는 자가격리가 면제된다고 발표했지만 갑자기 프랑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베타 변이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제외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백신 중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베타 변이에 잘 들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어서라고 BBC는 전했다.

여행·항공업계는 크게 반발하며 업계 지원 확대를 요구했고 야당인 노동당은 정부가 "대혼돈"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는 이틀 전에는 스페인 이비사 등 휴양지를 보름 만에 도로 '황색국가' 명단에 넣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19일부터는 법적 의무가 폐지되지만 사실상 써야 하는 헷갈리는 상황이 된다.

정부는 마스크를 안 쓰는 '자유'라며 홍보하다가 최근 슬그머니 '주의'가 필요하다며 말을 바꾸고 톤을 낮췄다.

결국 런던시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계속 요구한다고 발표했고 병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급적 원격진료하는 방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대형 슈퍼마켓 등은 개별적으로 마스크 착용 방침을 내놓고 있다.

또 지역별로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는 자체 방역 규정에 따라 마스크 착용 법적 의무가 남아 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여론도 분열됐다.

보수당과 우파 언론들은 '자유'를 내놓으라고 독촉하는 반면 이번 주 입소스 모리 조사에서는 10명 중 4명이 마스크 착용을 지지하고 3분의 1은 사무실 출근을 불편해하며 25%는 나이트클럽 영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정부 대신 마스크 정책 결정권과 책임을 떠안은 사업자들은 직원, 고객들 사이에서 법적 다툼에 휘말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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