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 손 맞잡은 미얀마 한인사회 "함께 헤쳐나갑시다"
감염 교민 '고깃값 안받겠다, 쾌차하시라'에 감동 200만원 성금 쾌척
코로나 재택치료 필수 치료용 산소발생기 구매 써달라며 성금도 줄이어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강타한 미얀마에서 한인 사회가 손을 맞잡고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
최근 한인 3명이 코로나19로 잇따라 사망하면서 충격과 함께 '한인 사회도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급속히 퍼져나갔다.
특히 처음과 두 번째 사망한 교민 모두 호흡곤란이 직접적 사망 원인으로 드러나면서 위기감이 더 커졌다.
현재 미얀마 병원들이 받아주지 않아 감염돼도 집에서 의료용 산소통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전부인데, 국가행정평의회(SAC)의 통제로 개인들이 산소를 구하는 게 너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온라인 교민 단체방에서 두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한인회(회장 이병수)가 나섰다.
한인회는 대사관과 코트라, 한인 봉제협회, 코참(미얀마 한인상공회의소), 월드옥타 등 한인 단체들과 논의 끝에 치료용 산소발생기를 들여오기로 했다.
산소통을 사도 충전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대사관은 외교 행낭으로 운송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다만 한인회가 주문한 산소발생기 26대가 외교행낭을 이용해도 21일에나 들어온다는 게 문제였다.
위중한 증세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보내는 교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난 15일 미얀마 주재 포스코 인터내셔널측이 치료용 산소발생기 4대를 한국에서 들여와 한인회에 기증했다.
산소발생기 한 대는 혈중 산소포화도가 80까지 떨어져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한 교민에게 즉시 전달됐고, 이 교민은 안정을 찾았다고 한인회 측은 밝혔다.
나머지 산소발생기 3대도 호흡곤란 증상이 심한 교민들에게 전달돼 위기를 넘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위험한 고비를 넘긴 교민들은 이 장치가 긴급히 필요한 교민에게 기꺼이 전달해 주고 있다고 한인회는 전했다.
1년 반이 넘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으로 예전에 비해 어려운 상황임에도 서로를 먼저 생각해주는 훈훈한 장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교민 대화방에는 코로나19로 투병 중인 한인의 글이 올라왔다.
투병 중 먹는 것이 너무 부실해 한인 마트에 고기를 주문했다는 이 한인은 마트 주인인 교민이 보낸 '힘내세요…고깃값 계산하지 마시고 드시고 회복하세요'라는 문자를 받고 펑펑 울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절망을 희망으로, 눈물로, 바꿔주신 분들과 저보다 더 고통받고 계신 분들을 위해 300만 짯(약 200만원)을 기부하려 하니 주변의 힘드신 분들께 쓰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인회가 산소발생기 도입을 추진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개인과 단체를 포함해 약 50곳에서 산소발생기 구매에 사용해 달라며 성금을 전달했다.
이 금액은 현재 7천여만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의약품을 사기 어려운 현지 사정을 고려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약품을 나누려는 교민들도, 이제 부르는 게 값이 된 산소통을 제공하겠다는 교민도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손을 맞잡은 한인 사회 모습에 한 교민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제 한숨 돌리겠다 싶은 생각에…"라며 "한인회와 교민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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