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아기 추락사…미 법원 "명백한 위험엔 경고 의무 없어"
플로리다 법원, 부모가 선사 상대로 제기한 소송 기각
유리창 있는 줄 알고 난간에 올려놓은 아기 떨어져 사망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2019년 여름, 카리브해 운항 중에 아기 추락 사고를 겪은 미국 유람선 업체 '로열 캐리비언'(Royal Caribbean Cruises)이 일단 책임을 벗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생후 18개월의 숨진 아기 클로이 위건드의 부모가 로열 캐리비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법원이 기각하고 피고 측 손을 들어줬다.
미국 연방법원 플로리다 남부지원 도널드 그레이엄 판사는 지난 14일 "이 사고의 책임은 선사가 아닌 아기의 할아버지 살바토르 아넬로(53)에게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판사는 선사 측 제공 동영상을 토대로 "아넬로가 열린 창문 앞 난간에 손녀를 올려놓기 전, 손을 앞으로 뻗어 유리창이 없다는 걸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행동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설혹 몰랐다 하더라도 유리창이 확실히 닫힌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아기를 난간 위에 올린 행동은 잘못"이라며 "피고가 명백한 위험에 대해 경고할 의무는 없다"고 부연했다.
아기의 부모 앨런 위건드와 킴벌리는 사고 발생 5개월 만인 2019년 12월 "난간 뒤 유리창이 열린 상태였는데 주위에 경고문 하나 없었다. 로열 캐리비언의 안전 기준에 문제가 있어 딸이 목숨을 잃었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선사 측은 "창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 없다. 아기의 죽음은 비극적인 사고일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해왔다.
인디애나 주민인 위건드 가족은 3대가 함께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을 즐기던 중 사고를 당했다.
아기 클로이는 배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 정박해 있던 당시 할아버지 아넬로에 의해 유람선 11층 어린이 물놀이 구역 인근 유리창 앞 난간에 올려졌다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유리 벽이라 생각했던 유리창이 열린 상태였고, 아기는 창 쪽으로 몸을 기울이다 바깥 35m 아래로 추락했다.
아넬로는 지난 2월 푸에르토리코 현지 법원에서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애초 무죄를 주장하다 징역형을 피하고 거주지 인디애나주에서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작년 10월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 결정이 내려진 후 위건드 가족은 변호인을 통해 큰 실망감을 표하면서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판을 통해 배심원단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며 "예기치 못한 어린이 추락사 위험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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