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베일 벗은 홍상수 장편 '당신 얼굴 앞에서'
(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 '칸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받은 홍상수(61) 감독의 26번째 장편 '당신 얼굴 앞에서'가 1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칸 영화제 11번째 초청작인 홍 감독의 신작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 드뷔시 관에서 관객들을 처음 만났다.
영화는 85분 동안 1990년대 배우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훌쩍 떠난 상옥(이혜영)이 한국으로 돌아와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생 정옥(조윤희) 집에서 지내는 일상을 그린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살려고 노력하는 상옥이 영화감독 재원(권해효)을 만나 작업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기까지 하루 사이 벌어진 일들이 담겨있다.
오전에는 동생과 함께 찾은 공원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마주쳐 '여전히 곱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카가 운영하는 분식집에 들렀다가 깜짝 선물을 받는다.
약속이 미뤄져 시간이 뜨자 어렸을 때 살던 이태원 옛집에 찾아가 한참 어린 주인을 조우하고, 늦은 오후 인사동 뒷골목의 아담한 술집에서 재원과 만나 술잔을 기울인다.
기도문을 외우듯 주어진 하루에 충실하자고 다짐하는 상옥이 서울 곳곳을 배회하며 마주하는 일상에서는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인간관계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영화는 상옥이 동생의 잠든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장면으로 시작해 같은 장면으로 끝난다. 마치 대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꿈'을 꾼 것처럼 말이다.
홍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각본과 연출, 촬영, 편집, 음악을 모두 담당했고, 연인인 배우 김민희가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칸 영화제 측은 '당신 얼굴 앞에서'를 소개하는 글에서 홍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도 "친밀하고, 미니멀리스트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작하는 홍 감독은 칸 영화제의 주요 인물 중 하나"라며 이번 영화제에서 그를 다시 만나 행복하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한국 영화 감독으로서 최다 칸 영화제 공식 초청 기록을 세웠다.
1998년 '강원도의 힘'(주목할만한시선), 2000년 '오! 수정'(주목할만한시선),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경쟁부문), 2005년 '극장전'(경쟁부문), 2008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감독주간), 2010년 '하하하'(주목할만한시선), 2011년 '북촌방향'(주목할만한시선), 2012년 '다른 나라에서(경쟁부문), 2017년 '클레어의 카메라'(특별상영)와 '그 후'(경쟁부문)로 칸을 찾았다.
신작 상영에 앞서 주최 측은 홍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영화제 참석이 어려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홍 감독은 김민희와 불륜을 인정한 이후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올해 신설한 칸 프리미어 부문은 유명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으로 아르노 데플레생, 마티외 아말리크, 안드리아 아놀드, 샤를로트 갱스부르, 에바 허슨, 올리버 스톤 등이 초청받았다.
한편 홍 감독의 신작 공개에 앞서 행사장 인근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꾸러미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영화 상영이 30분 미뤄졌다.
군과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통제했고 폭발물 제거반이 오후 3시께 해당 물체를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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