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둘러싸고 관련국들 복잡한 행보…러-독 가스관 쟁점

입력 2021-07-16 18:33
우크라 둘러싸고 관련국들 복잡한 행보…러-독 가스관 쟁점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로 우크라-독일 관계 삐거덕

우크라, 러와 밀월 중국에 '러브콜'…中 세력 확대에 러 심기 불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친서방 노선을 걸으며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옛 소련국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행보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가운데, 특히 독일이 상대적으로 싼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러시아와 함께 건설하고 있는 발트해 해저 관통 러-독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를 두고 이해 당사국들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상임 고문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는 16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독일 방문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아레스토비치는 심지어 "7년 동안 버텨오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결국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팔아넘겼다"고 격한 표현까지 동원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오던 메르켈 총리가 결국 러시아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을 강행하며 우크라이나를 배신했다는 주장이었다.

아레스토비치는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러시아와 타협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베를린에서 메르켈 총리와 회담했다.

회담에선 친러시아 반군과 정부군이 대치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돈바스) 분쟁, 우크라이나가 강력히 반대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우크라이나 내부 개혁과 부패 척결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는 조만간 완공될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가동 이후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기존 유럽행 가스관의 정상적 운영을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보증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메르켈로부터 별다른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을 경유하는 기존 가스관을 이용해 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데 따른 거액의 통과 수수료를 챙겨왔다. 수수료는 연 20억~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 이용을 중단하면서 통과 수수료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 내에서는 우크라 경유 가스관 유지를 보증하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를 '협박'이라고 비난하면서, 가스관 선택권은 값싼 가스를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에게 있다는 항의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한 메르켈 총리는 바이든이 노르트 스트림-2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과 관련, "양국의 관점이 다르다"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럽과의 연대가 각국의 이익에 따라 훼손될 수 있음을 자각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유례없는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라는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중앙아 등 옛 소련권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도 우크라이나의 '러브 콜'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의 항만 인프라 개발, 도로 건설과 현대화, 철도 현대화, 도시 인프라 구축 등의 여러 사업에 중국이 투자해 주길 요청했고 시 주석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상호 무역을 증대시키고, 교류 활성화를 위해 양국 간 무비자 방문 협정을 체결하는 데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러시아로선 중앙아, 우크라이나 등 자국 세력권에 대한 중국의 진출 확대를 달가워할 수 없는 입장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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