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신접종 70% 문턱서 정체…"트럼프 지지층, 똘똘 뭉쳐 저항"
보수집회 '거부서약' 속출…보수매체 가세해 혐오 자극
"부정선거·의회폭동 조작설과 동급 이루는 신조로 부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는 행위가 미 보수진영의 신조로 굳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목표로 설정한 70% 문턱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완강한 거부 운동 때문으로 관측된다.
WP는 과거 백신접종에 주저하는 보수진영의 행태가 이제 단호한 혐오로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보수 지지층이 백악관의 백신접종 메시지를 비판하고 캠페인을 왜곡하는 데 이어 무더기로 접종 거부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인 1천500만명이 백신을 접종해 취임일 이후 감염자가 93% 감소했다고 지난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전혀 다른 시각을 노출하고 있다.
최근 열린 미국 최대의 보수주의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참석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인 성인 접종률 70%가 불발했다는 점을 자축했다.
나아가 이들은 미국 내 백신 보급을 저지하기 위해 계속 단결하자고 서로 격려하기도 했다.
매디슨 코손(노스캐롤라이나), 로런 보버트(콜로라도) 등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가정방문 백신 홍보를 비웃었다.
보버트 의원은 "수당도, 복지도 필요 없으니 제발 꺼지라고 정부에 말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홍보를 탄압하는 수준의 움직임까지 목격된다.
테네시주에서는 최근 공화당 의원들의 압박 속에 청소년 백신접종 장려책이 중단되고 보급을 권장하던 고위직 관리가 해임됐다.
보수진영에서 저항이 급물살을 타자 보수성향의 매체들도 가세해 백신 혐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극우매체 원아메리카뉴스는 "빅브라더(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국가 통치체제)가 문을 두드리러 온다"고 바이든 정부의 가정방문 캠페인을 비판했다.
유사한 성향의 매체 뉴스맥스는 백신 접종은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보수방송 폭스뉴스의 정치 평론가이자 뉴스쇼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백신 접종을 때때로 옹호해왔으나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당국이 그런 건 얘기를 아예 안 한다"고 최근 태도를 바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현재 1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18세 이상 주민의 비율은 67.9%로 나타난다.
WP와 ABC뉴스의 공동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27%는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이 작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에는 백신을 절대로 맞지 않겠다는 20%도 포함됐다.
통계를 살펴보면 백신을 거부하는 태도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비영리연구소인 카이저가족재단에 따르면 작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긴 카운티들에서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주민의 비율이 47%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긴 카운티들에서는 그 비율이 35%에 그쳤다.
WP는 "백신 홍보 캠페인이 의미가 없거나 해롭고 어쩌면 정부의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개념은 작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 올해초 의회폭동이 침소봉대됐다는 주장과 동급을 이루는 트럼프 지지층의 신조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의 확산 속에 이런 흐름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여당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역력하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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