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제난' 레바논서 총리 지명자 또 사임…국정 공백 장기화

입력 2021-07-16 01:14
'최악 경제난' 레바논서 총리 지명자 또 사임…국정 공백 장기화

대통령과 정부 구성안 놓고 9개월간 대치 끝 사의 표명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또다시 총리 지명자가 극심한 정치 분열 속에 정부 구성을 포기하고 사임했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국정 공백 장기화도 불가피해졌다.

15일(현지시간) 사드 하리리(51) 레바논 총리 지명자는 이날 미첼 아운 대통령과 20분가량 면담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하리리는 "핵심 이슈와 관련해 이견이 있었다. 우리가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정부 구성을 포기한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말했다.

하리리 지명자는 전날 아운 대통령을 만나 24명의 새 각료 명단을 전달하고 이날까지 답변을 요구했으나, 대통령 측이 내각 구성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의 대표적인 재벌인 하리리는 2009∼2011년 첫 총리직을 수행했고, 2016년 12월 다시 총리로 선출됐다. 그러나 그는 실업난 해소와 부패 청산 등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끝에 지난 2019년 사임했다.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형 폭발 참사의 책임을 지고 하산 디아브 총리 내각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지명된 무스타파 아디브 총리 지명자도 한 달 만에 정부 구성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하리리는 지난해 10월 아운 대통령에 의해 다시 총리로 지명됐으나 정부 구성을 놓고 9개월간 이어진 대치 끝에 결국 포기 선언을 했다.

레바논은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사실상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이슬람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 마론파, 그리스정교 등 18개 종파가 얽혀있으며 독특한 권력 안배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다. 이런 권력 분점은 부패와 비효율을 낳는다는 비판도 받는다.

어쨌든 이런 우여곡절 속에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고, 베이루트 대폭발의 여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산활동 침체로 레바논의 경제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레바논은 1997년 이후 고정환율(달러당 1천507파운드)을 유지해왔는데, 최근 암시장에서는 1달러당 환율이 2만 파운드에 육박하고 있다. 사실상 현지 화폐 가치가 종잇조각에 가까워진 셈이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에너지와 의약품 수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약국들이 폐점하는 상황이다.

또 경제 위기 속에 그나마 치안을 유지해온 군대까지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군 당국은 프랑스 등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자구책으로 군용 헬기를 관광 목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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