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발하는 뇌 신경 염증, 인터류킨-3 신호로 잡는다
성상교세포, 염증 증폭하는 소교세포 억제
하버드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인성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변형에서 시작된다.
이런 아밀로이드 베타가 응집한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의 침적, 타우 단백질이 뒤엉긴 타우 탱글(tau tangle)의 형성은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큰 특징이다.
뇌의 신경 조직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이 높은 수위로 늘어나면 과도한 염증과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서 신경세포(뉴런)가 죽기 시작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는 바로 뉴런의 사멸과 함께 진행된다.
미국 하버드의대와 이 대학의 최대 수련병원인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 연구진이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의 치매 유발을 억제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성상교세포(astrocytes)의 일부 하위 그룹이 인터류킨-3를 분비해 소교세포(microglia)가 염증을 일으키는 걸 막는다는 게 핵심이다.
연구팀은 소교세포가 염증을 일으킬 경우 뉴런의 사멸이 최소 10배로 늘어난다는 것도 확인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이 많이 생겨도 소교세포가 관여하는 염증의 진행을 막으면 치매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MGH의 루돌프 탄지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4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하버드의대의 신경학 석좌교수인 탄지 박사는 유전학, 알츠하이머병, 노화 등의 연구 부문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1986년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것도 탄지 박사팀이다.
뇌의 신경 조직은 크게 뉴런과 이를 지지하는 신경교세포로 구분하는데 소교세포는 성상교세포, 희돌기교세포, 슈반세포, 위성세포 등과 함께 신경교세포에 속한다.
'신경아교세포'라고도 하는 소교세포는 뉴런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면서 노폐물 등을 제거하는 식세포 작용을 한다.
다수의 뉴런이 죽기 시작하면 소교세포와 성상교세포가 활성화해 신경 염증을 일으키는데 그 목적은 뇌를 보호하는 데 있다.
원래 이들 세포는 뇌의 면역세포로서 뉴런을 보살피면서 노폐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지만, 뉴런이 과도하게 죽었을 땐 해당 영역을 완전히 파괴하도록 진화했다.
뉴런의 집단 사멸을 몰고 왔을 수 있는 감염의 확산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이 이 반응을 자극해 뉴런이 사멸한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염증의 증폭 반응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찾은 데 있다.
탄지 박사는 "신경 염증이 계속되면 죽는 뉴런이, 단지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에 의해 유발되는 것의 최소 10배가 된다"라면서 "사실 염증이 생기지 않으면 치매 증상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뇌에 플라크와 탱글이 많이 생겼는데도 죽을 때까지 치매를 겪지 않은 환자의 사례를 확인했다. 플라크와 탱글은 많았어도 염증은 미미한 환자였다.
탄지 교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의 염즘 효과를 각각 '성냥불(match)'과 '잡목 불(brushfires)'에 비유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이 일으키는 염증은 성냥불과 잡목 불에 불과하고, 소교세포와 성상교세포가 촉발하는 염증을 통해 큰 산불로 번져야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를 일으킬 만큼 뉴런이 많이 죽는다는 얘기다.
연구팀이 발견한 분자 기제는 이 잡목 불이 산불로 커지는 걸 막았다.
특정 성상교세포 그룹이 인터류킨-3를 통해 뉴런을 파괴하지 말고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을 청소하는 데 집중하라고 소교세포에 지시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성상교세포-인터류킨 3-소교세포로 이어지는 이 재교육 메커니즘이 알츠하이머병의 중등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에 특히 주목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캐머런 맥앨파인 박사는 "더 연구를 진행하면 인터류킨-3 신호가 신경 퇴행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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