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대통령, 대규모 반정부시위에 '정부 책임' 일부 시인
"우리 문제 비판적 분석해야"…해외방문자 식품·의약품 관세 완화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 지난 11일 이례적인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진 후 처음으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정부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TV를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정부가 식량 부족 등 현안을 다루는 데 보여준 결점이 이번 시위에 한 요인이 됐다며 첫 '자기비판'을 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쿠바에서는 11일 수도 아바나 등 전역에서 식량과 의약품 부족, 잦은 정전 등 경제난에 지친 시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공산당 일당 체제 쿠바에선 흔치 않은 반정부 시위로,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라는 분석도 있다.
이전까지 쿠바 정부는 시위가 일어난 원인을 소셜미디어와 미국의 경제 제재, 선동이 제공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날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정부의 실책을 인정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우리는 소란으로부터 경험을 얻어야 한다"며 "또한 행동하고 극복하며 반복을 피하려 우리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날 시위에서 일부 '기물 파손과 공공장소 습격, 돌팔매질, 강도질' 등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면서 쿠바인들에게 "증오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쿠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더 강화한 경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최근 몇십 년 사이 가장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런 복잡한 상황이 "쿠바 혁명의 발전이나 미국과의 존중과 교양 있는 관계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마누엘 마레로 총리는 외국 방문 후 식품과 의약품, 세면도구 등을 반입하는 쿠바 국민에게 부과하는 관세를 완화해주는 조치를 발표했다.
마레로 총리는 또한 국가 전력 시스템 안정화와 의약품 공급 개선 등에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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