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얀마·베트남·라오스 접경 500km에 '코로나 차단벽'
작년 9월 이후 밀림·강 등 따라서 철조망·금속울타리·감시카메라 설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미얀마·베트남·라오스와의 접경지대를 따라 500㎞에 이르는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미얀마·베트남·라오스로부터의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이들 국가와의 접경지역을 따라 장벽을 구축하고 자경단을 조직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평소에도 마약밀매와 인신매매의 쉬운 통로로 이용돼왔는데, 지난해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중국 당국이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윈난성 루이리(瑞麗)시는 지금껏 네 차례 봉쇄됐는데, 모두 해외 유입 사례로 인해 감염이 폭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지난해 9월 봉쇄는 미얀마에서 불법으로 넘어온 사람들과 관련됐는데, 그때부터 당국이 접경지대를 따라 철조망과 금속울타리,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500㎞에 이르는 접경지대는 밀림과 언덕, 평야, 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윈난일보에 따르면 당국은 수천명의 자경단을 조직하고 무인기(드론), 개들과 함께 장벽을 따라 순찰도 하도록 하고 있다.
윈난성 서쪽 더훙(德宏)에서는 2만2천명의 자경단이 조직됐고 136개의 검문소가 미얀마와 접경지대를 따라 세워졌다.
한 자경단원은 "장벽에 동작·소리 감지 센서가 장착됐고 인공지능(AI) 시스템이 바람이나 낙엽,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걸러내고 있다"며 "센서가 작동하면 고감도 적외선 카메라가 자동으로 움직임을 촬영해 통제센터에서 추가로 살피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활동이 포착되면 자경단이나 현지 경찰, 무장경찰팀이 수색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철제 장벽으로는 불법 월경을 막을 수 없다는 증언도 나온다.
밀입국자들이 사다리를 이용하거나 장벽 아래 땅을 파서 넘어온다는 것이다.
또 자경당원들은 더위와 폭우, 험한 지형, 야생동물의 위험 등으로 순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당국은 장벽이 성과를 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3월말 윈난일보는 미얀마와 접경지대인 난산(南傘)에서 불법 입국자 5천여명이 붙잡혀 국경 밖으로 돌려보내졌다고 보도했다.
SCMP는 "해당 장벽은 만리장성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세운 장벽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간 쉬운 밀입국 통로였던 해당 지역이 코로나19로 중국 당국의 커다란 골칫덩어리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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