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계, 부동산플랫폼의 중개업 진출에 "골목상권 침탈" 반발

입력 2021-07-14 11:39
중개업계, 부동산플랫폼의 중개업 진출에 "골목상권 침탈" 반발

공인중개사協 긴급이사회…"자본·정보력 독점한 플랫폼에 예속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부동산 중개업계가 직방 등 대형 부동산 플랫폼이 새로운 형태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3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형 부동산 플랫폼 업체의 중개업 진출에 따른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고 14일 밝혔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대형 부동산 플랫폼의 중개업 진출을 '골목상권 침탈'로 규정하고 진출 철회를 촉구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협회는 "공인중개사로부터 획득한 부동산 정보와 광고비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정보력을 가지고 직접 중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상도의에 반할 뿐 아니라 중개업권 침탈행위로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이날부터 회원 중개업소로부터 플랫폼업체의 중개업 진출을 규탄하는 서명을 받고, 플랫폼업체 광고물 철거와 협회 홍보물 게시 등 선전전을 펼치기로 했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부동산 분야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종합 '프롭테크'(proptech)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면서 '온택트 파트너스' 사업 모델을 내놨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채널과 빅데이터 분석, VR(가상현실) 등 하이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서비스를 뜻한다.

온택트 파트너스는 공인중개사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직방을 디지털 도구로 활용해 비대면(온라인)으로 부동산 정보조회·매매·계약·수리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개념이다.

직방은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 직방은 파트너 중개사들로부터 소정의 이용료를 받는 구조로 운영하겠다면서 신규 창업 중개사에게는 전속 제휴 기간인 첫 1년 동안 최소 5천만원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직방 측은 "직접 중개나 플랫폼 중개 시장 진출이 아니라, 형식과 구조 측면에서 중개사들과의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협회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협회는 이와 관련, "대형 부동산 플랫폼 업체가 공동중개를 통한 상생을 표방하고 있으나, 이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한 얄팍한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자본과 정보력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영세한 공인중개사의 중개보수를 반반씩 나눠 갖자는 건데, 결국 영세한 중개사들이 이들에게 종속돼 각종 명목으로 부당한 배분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협회는 '광고비 무료'로 시작했던 부동산 플랫폼업체들이 중개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갈 때마다 광고비를 인상해 개업공인중개사에게 부담만 안겨줬다면서 "현재는 협업 형태로 진행하지만, 향후 개업공인중개사의 일터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대형 부동산 플랫폼이 부동산중개업 진출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과 함께 서명운동, 집회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국회와 정부를 향해서도 "대형 부동산 플랫폼의 불공정한 영업 행태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형 부동산 플랫폼이 향후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가질 경우 공인중개사라는 직군이 플랫폼업체에 예속될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정보 독점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산업구조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중개업 진출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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