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르포] '치료 못받을 지도' 코로나 공포에 떠는 교민 사회

입력 2021-07-13 14:39
[미얀마 르포] '치료 못받을 지도' 코로나 공포에 떠는 교민 사회

교민 2명 사망…병상 포화·민간 산소 공급 제한에 자택 간호도 위험

산소통 가격 급등…한인회 산소치료기 스스로 마련·교민 성금 답지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확진자 및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감염 우려와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가 교민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미얀마 한인들에게 지난 10일과 12일 연이은 비보가 들려왔다.

미얀마에서 오랫동한 활동하며 한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교민 A씨가 지난 10일 오전 저체온증 및 호흡 곤란 증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틀 후에는 한인회 관계자 B씨가 자택에서 역시 호흡곤란 증세로 목숨을 잃었다.

한인회에 따르면 B씨는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입원할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모든 병상이 포화 상태라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호흡곤란이 사망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한인 사회의 분위기는 충격과 비통 그 자체다.

특히 사망 사건을 접하면서 코로나19에 혹시 감염될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공포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날 한 교민이 지인이 호흡곤란인 상태여서 산소치료기를 찾고 있지만 병원에서도 업체에서도 구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며 도움을 요청하자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교민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미얀마 코로나19 상황은 너무나 위태롭다.



전날(12일)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처음으로 5천명이 넘었다. 사망자도 89명이나 됐다.

그러나 미얀마 국민들 조차도 군인 및 그 가족이 아니면 현재는 병원 입원이 안된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대부분이 집에서 '간호'하는 상황이다.

집에 있더라도 필요한 의료용 산소를 구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아내가 코로나19에 걸려 집에서 간호 중인 현지인 A씨는 기자에게 "이전에는 의료용 산소통은 돈도 받지 않고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빌릴 수가 있었고, 6시간 사용 가능한 20ℓ짜리 산소통을 채우는 데에 5천 짯(약 3천500원)이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은 산소통이 부족해 구매를 해야 하고, 그나마 품귀현상까지 일어서 부르는 게 값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현지 SNS에는 산소통 1개에 35만 짯(약 24만 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산소 충전비도 20ℓ에 1만 짯(약 7천원)으로 올랐는데 그나마 2월1일 국가비상사태 이후 들어선 국가행정평의회(SAC)가 최근 민간에 대한 산소판매 금지를 지시해 산소 충전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한인회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인회는 대사관, 코트라, 봉제협의회, 월드옥타 등과 협력해 치료용 산소치료기 30대, KF94 마스크, 자가검진 키트 등 방역용품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전날 1차로 산소치료기 20대 도입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대당 가격은 11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에서는 외교 행낭을 통해 통관 및 미얀마까지 운송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한인회측은 설명했다.

교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소치료기 1대~10대를 기증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코로나19 방역용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도 십시일반으로 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13일 오전 현재 22명의 개인 및 단체가 여기에 동참했다.

'미얀마 교민들은 코로나19 위협과 열악한 미얀마 의료체계 하에서 고통과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라는 한인회의 안내문을 현지 교민들은 어느 때보다 공감하며 바라보고 있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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