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못 받는 IOC 위원장'…히로시마 시민단체 "오지 마라"(종합)
하시모토 만나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인 아니 일본인' 말실수 구설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김호준 특파원 =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일본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오는 23일 개회식이 예정된 도쿄올림픽 개막에 앞서 지난 8일 일본에 들어왔다.
입국 다음 날부터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숙소인 도쿄 시내 호텔에서 사흘간의 자율격리에 들어갔다.
입국 당일 도쿄 등 수도권 경기장의 무관중 방침을 결정한 올림픽 5자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그는 13일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대회 조직위원회 회장을 예방했고, 14일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다.
이어 16일에는 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에서 세계를 향한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그러나 히로시마 시민단체는 피폭지를 올림픽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히로시마 방문에 반대하고 나섰다.
1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지역 시민단체인 '도쿄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히로시마 연락회'는 전날 히로시마현과 시 당국에 바흐 위원장의 히로시마 방문 중지를 청원했다.
이 단체는 바흐 위원장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올림픽 개최를 정당화하기 위해 히로시마에서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의 이미지를 선전하려 하고 있다면서 피폭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피폭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 회원들은 도쿄에 코로나19 긴급사태가 선포된 마당에 바흐 위원장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히로시마현 관계자는 바흐 위원장이 피폭지를 방문해 느낀 점을 세계에 알리는 것에도 의의가 있다면서 일단 시민단체의 청원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현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바흐 위원장의 피폭지 방문을 반대하는 여론이 비등해 항의 시위 등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서명 전용 사이트에서는 바흐 위원장의 히로시마 방문 중지를 요구하는 발의에 지난 1주일간 8천명 이상이 동참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바흐 위원장은 16일 히로시마로 가고, 같은 날 존 코츠 IOC 부위원장 겸 도쿄올림픽 조정위원장은 다른 피폭지인 나가사키(長崎)를 찾을 예정이다.
이달 16일은 유엔에서 채택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관련 휴전 결의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IOC로서는 의미가 깊다.
유엔은 2019년 12월 총회 본회의에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기간에 회원국의 무력분쟁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작년에 예정됐던 대회가 올해로 1년 연기되면서 결의안에 적시된 분쟁 중단 요구 기간은 도쿄올림픽 개막 7일 전인 올 7월 16일부터 패럴림픽 폐막 7일 후인 9월 12일까지로 변경됐다.
일본 언론은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올림픽 개최의 의의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바흐 위원장이 올림픽 휴전 결의가 시작되는 날에 맞춰 히로시마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바흐 위원장은 이날 하시모토 대회 조직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인"이라고 잘못 말했다가 바로 "일본인의 안전"이라고 발언을 정정했다고 일본의 스포츠전문매체 '데일리스포츠'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도쿄올림픽 강행에 대한 일본 내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바흐 위원장의 말실수는 인터넷상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한 일본인 네티즌은 트위터에 데일리스포츠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일본의 위치조차 잘 모르면서 왔나 보네"라고 비꼬았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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