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몰도바서 조기총선…친서방-친러시아 세력 격돌
친서방 산두 대통령 정당 선두 예상…지난 4월 기존 의회 해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11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이 실시됐다.
지난해 12월 이온 키쿠 총리 사퇴 이후 두 차례나 새 정부 구성이 무산된 뒤 마이야 산두 대통령이 지난 4월 기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투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전국 2천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36개국 150개 투표소에선 재외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모든 투표소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엄격한 방역 규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4년 임기의 의원 101명을 선출하는 선거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의석 확보를 위해 개별 정당들은 5%, 선거를 위해 연대한 정당블록은 7%의 최소 득표율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 문턱을 넘어선 정당들은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정받는다.
이번 조기 총선엔 20개 정당과 2개 정당블록이 참여한다.
이 가운데 산두 대통령을 지지하는 '행동과 연대당', 이고리 도돈 전 대통령(2016~2020년)과 블라디미르 보로닌 전 대통령(2001~2009년)이 각각 이끄는 사회주의자당과 공산당 정당블록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친서방 성향의 행동과 연대당은 35~37%,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주의자당·공산당 정당블록은 21~27%를 득표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의회에선 사회주의자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었다.
총선에서 행동과 연대당이 승리할 경우 옛 소련 몰도바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두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몰도바의 주요 언어인 루마니아어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도둑들을 제거하고 좋은 정부를 구성할 기회를 얻었다"며 행동과 연대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산두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도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다수를 차지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주장했었다.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 등을 주장하는 친서방 성향의 산두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도돈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이후 산두 대통령과 도돈 지지 세력이 다수를 차지한 의회 간 갈등으로 혼란이 지속됐었다.
지난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인구 350만 명의 소국 몰도바는 총리와 의회가 주로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를 갖고 있다.
몰도바는 러시아와 이웃한 우크라이나와 EU 국가인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있어 서유럽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세력과 친러시아 세력이 오랫동안 대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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