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4년 전 유혈사태 촉발한 노예제 옹호 장군 동상 마침내 철거

입력 2021-07-10 23:44
미 4년 전 유혈사태 촉발한 노예제 옹호 장군 동상 마침내 철거

4년 전 철거 시도 때는 백인우월주의자 반발…유혈 충돌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4년 전 미국에서 유혈충돌 사태를 촉발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남부연합 상징물이 10일(현지시간) 철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샬러츠빌 시는 이날 오전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했다.

1920년대에 설치된 후 100년가량 자리를 지키던 리 장군의 동상이 석조 받침대에서 들어 올려지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 수십 명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철거 대상에는 남북전쟁 때 남부군의 또 다른 장군인 토머스 잭슨의 동상도 포함됐다.

미국에선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서 촉발된 인종 차별 반대 항의시위 사태 이후 곳곳에서 옛 남부연합 상징물을 없애려는 노력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이날 샬러츠빌의 움직임이 관심을 끈 것은 2017년 8월 이곳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동상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샬러츠빌의 동상 철거 논란은 2016년 한 고교생의 청원으로 시작됐고, 시의회는 2017년 2월 동상을 철거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반발을 초래했고, 그해 8월 11~12일 샬러츠빌에서는 전국의 백인우월주의자 수천 명이 남부연합, 신나치 상징물 등을 들고 모인 가운데 '우파 단결'(Unite the Right) 시위가 열렸다.

이 시위는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에 참석했던 헤더 헤이어가 백인우월주의자의 차량에 치여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하는 유혈 충돌 사태로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맞불 시위대를 모두 비판하는 '양비론'을 폈다가 거센 역풍에 휘말리기도 했다.

유혈 충돌 후 버지니아의 한 순회법원 판사는 2017년 10월 동상 철거를 막는 판결을 내렸지만, 버지니아 주대법원은 지난 4월 이 판결을 뒤집었다. 이어 샬러츠빌 시의회는 지난 7일 동상 철거를 다시 의결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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