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재생에너지, 기는 송배전으로 '노는 발전소' 급증
송배전 설비 태부족…분산형 전원 활성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최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송배전 설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전력[015760]이 최근 발표한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은 13만3천392MW(메가와트)로 5년 전(10만1천590MW)보다 31.3% 증가했다.
반면, 생산된 전기의 전압을 조정해주고 송전선에 전력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는 변전설비(변압기) 용량은 총 33만6천926메가볼트암페어(MVA)로 5년 전보다 13.0% 늘었다.
특히 이들 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송전선로 길이는 총 3만4천665서킷킬로미터(c-Km)로, 이 기간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전소를 건설하고도 송전설비 부족으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송전제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의 1MW 이하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의 접속 대기 물량은 3천931MW였다. 원전 4기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이 생산된 전기를 유통하지 못해 대기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강원도, 충청도와 소규모 신재생발전이 집중된 전남, 제주도 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기준 전남 신안지역에서 생산하는 전력 중 수용 가능한 송배전 용량은 최대 0.6GW이지만, 앞으로 들어설 재생에너지 발전 총 용량은 3.1GW로 송변전설비 확보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동해안 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전의 '제8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2017~2031년)'을 보면 동해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이미 2017년부터 0.9GW의 송전 제약이 발생했다.
또한 신한울 1, 2호기, 강릉 안인 발전소 등이 추가로 가동되면 전력을 생산하고도 매년 약 2GW씩의 전력을 전송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송배전 설비 확대를 위해 매년 6조원 이상 투자하고 있으나 늘어나는 발전설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전은 올해도 송배전설비에 약 6조4천억원을 투자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10% 증가한 약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전남지역의 송배전 설비가 지자체 인허가 지연 및 지역주민 민원 등으로 수년씩 지연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원스톱 인허가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송전 제약 현상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연료전지, 열병합발전과 같은 분산형 전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설비 증가 속도와 송배전 설비증가 속도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결국 발전 인프라의 개점 휴업이 불가피하고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라며 "전기 공급의 안정성 확보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주는 역할로 분산형전원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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