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 "통역·경호로 고용돼" 주장

입력 2021-07-10 04:41
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 "통역·경호로 고용돼" 주장

미 국적 용의자, 체포 후 "인터넷 통역 구인공고 보고 합류" 진술

체포된 콜롬비아 전직 군인 아내 "남편, 월급 310만원에 고용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이들 중 일부는 통역이나 경호 업무로 고용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발생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담당하는 클레멩 노엘 판사는 9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체포된 2명의 미 국적 용의자는 자신들이 그룹 내 통역 역할이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판사에 따르면 아이티 태생의 미 플로리다주 주민인 제임스 솔라주(35)와 조제프 뱅상(55)은 체포 직후 신문에서 이번 작전이 한 달간 집중적으로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전달받은 임무는 대통령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하는 것이었으며, 사건 당시 둘은 대통령이 살해된 방 안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판사는 전했다.

뱅상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마이크'라는 이름의 외국인이 계획의 주동자라고 말했으며, 솔라주는 인터넷에 올라온 통역 구인 공고를 보고 합류했다고 진술했다. 솔라주는 인터넷에 자신이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아이티 크레올어를 구사한다고 소개한 바 있다.

보수를 얼마나 받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노엘 판사는 솔라주가 "매우 얼버무리는 방식으로 대답했다"고 NYT에 전했다.

판사는 뱅상은 사건 전 6개월간 아이티에서 사촌과 머물렀고 솔라주는 1달간 머물렀다고도 전했다.

앞서 아이티 경찰은 이들 2명과 콜롬비아인 26명이 모이즈 대통령 암살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나머지 콜롬비아인 용의자들도 보안회사 등을 통해 고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콜롬비아 경찰은 17명의 전직 콜롬비아 군인들이 암살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4개 업체가 모집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용 당시 이들이 아이티 대통령 암살 임무를 맡게 될 것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체포된 콜롬비아 용의자 중 한 명인 프란시스코 우리베의 아내는 이날 콜롬비아 W라디오 인터뷰에서 남편이 'CTU'라는 업체로부터 월 2천700달러(약 310만원)에 고용됐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내는 남편이 업체로부터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유력인사의 가족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우리베가 실제로 단순 경호 업무인 줄 알았는지, 아니면 아내에게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아내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인 7일 밤 남편과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며, 아이티로 건너간 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군 출신인 우리베는 2008년 동료 군인과 함께 민간인을 살해한 후 교전 중 사살된 범죄자로 위장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또 다른 콜롬비아 국적의 체포 용의자 마누엘 안토니오 그로소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미니카공화국 수도의 관광 명소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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