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러 미 대사관 직원 5년 전의 10분의 1로 줄어…120명 수준"

입력 2021-07-09 22:35
"주러 미 대사관 직원 5년 전의 10분의 1로 줄어…120명 수준"

주러 미 대사 토로…양국 갈등 속 대사관 현지인 채용 금지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공방전 와중에 주러 미국 대사관 직원 수가 5년 전의 10분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존 설리번 주러 미 대사가 9일(현지시간) 밝혔다.

설리번 대사는 이날 반정부 성향의 현지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와 인터뷰에서 미-러 외교 갈등으로 인한 대사관 업무 환경 악화에 관해 토로하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8월 1일부터 우리는 현지인 직원(러시아인 직원)들과 헤어져야 한다"면서 "모스크바 주재 우리 대사관 직원 수는 5년 전인 2016년의 10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16년에는 미국 대사관에서 1천200명이 일했으나 다음 달 1일 이후에는 120명이 남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외교 제재의 일환으로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의 러시아 직원 채용을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미국 대사관에서 일해오던 러시아인 직원들은 8월 1일부로 대사관을 떠나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미 대사관은 러시아인 직원들을 대체할 미국 외교관 초청을 위한 비자 문제를 러시아 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설리번 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지난달 중순 제네바 정상회담에서 미국 외교관에 대한 러시아 비자 발급 문제가 별도로 논의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것이 미 대사관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가능성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은 모스크바의 대사관만이 남아있다.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던 미국 총영사관은 지난 2018년 폐쇄됐고, 우랄산맥 인근 도시 예카테린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도 지난 5월 무기한 업무 중단에 들어갔다.

냉전 이후 최악 수준의 갈등을 겪는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관계는 앞서 지난 4월 중순 미국이 추가 대러 제재를 가하면서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하고 이에 러시아가 맞대응하면서 한층 더 악화했다.

뒤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월 23일 비우호적 행위를 한 국가의 러시아 주재 대사관이 러시아인들을 현지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5월 중순 미국과 체코를 비우호국 명단에 올리고 이 두 나라 대사관의 러시아인 직원 채용 금지를 공식화했다.

이에 미국 대사관은 업무 인력 부족을 이유로 러시아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다른 영사 업무도 축소한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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