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세입자에 대신 돌려준 전세금 올해 2천억원 돌파

입력 2021-07-09 09:47
수정 2021-07-09 09:50
나라가 세입자에 대신 돌려준 전세금 올해 2천억원 돌파

HUG, 최초로 악성 임대인 주택 강제관리 돌입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나라가 공적 재원으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이 올해 2천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 금액은 올해 1월 286억원, 2월 322억원, 3월 327억원, 4월 349억원, 5월 414억원, 6월 441억원으로 매달 증가하며 상반기 누적 합계가 2천139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상반기 대위변제액(2천227억원)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생기는 피해가 큰 셈이다.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과 사고 건수는 올해 상반기 각각 11만5천521건, 1천290건에 이르렀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제도는 2013년 처음 시작됐으며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들 기관이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HUG의 대위변제 금액은 2016년 26억원,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천836억원, 지난해 4천415억원으로 급증했다.

HUG 외에 주택금융공사와 서울보증에서 집주인 대신 갚아준 전세금까지 포함하면 대위변제 금액 규모는 더욱 커진다.

특히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수백 명의 세입자로부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떼먹는 악성 집주인들의 행태가 계속되자, HUG는 최근 이례적으로 이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에 대한 강제관리에 돌입했다.

강제관리는 법원이 선정한 관리인이 채무자가 가진 부동산을 관리해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대신 갚아준 빚을 돌려받도록 하는 민사집행법상의 강제집행 수단이다.

HUG는 지난 5월 말 임대인 A씨가 소유한 주택 594채 가운데 121채를 대상으로 서울남부지법에 강제관리를 신청해 지난달 21일 개시 결정을 받아냈다.

HUG는 A씨 소유의 집에 전세로 살던 세입자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280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대신 물어줬다.

그런데도 A씨는 보증금을 갚기는커녕 HUG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은 세입자가 퇴거한 뒤 해당 집을 다른 사람에게 보증금 없이 단기로 월세를 주며 현금을 챙겼다.

A씨는 주택을 경매에 넘겨 낙찰되기까지 강제집행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악용해 추심을 피해 차명계좌로 월세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HUG 측은 "올해 3월에 A씨와 같은 악성 임대인들의 단기 임대차 현황을 파악했다"며 "이번 개시 결정을 토대로 향후 다른 악성 임대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강제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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