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암살 배후는…"잘 훈련된 외국용병 소행"(종합)

입력 2021-07-08 06:51
수정 2021-07-08 13:11
아이티 대통령 암살 배후는…"잘 훈련된 외국용병 소행"(종합)

"괴한들, 영어·스페인어 사용"…"미 마약국 요원 행세했다"

퇴진요구 받아온 모이즈 대통령, 2월에도 '암살 시도 있었다' 주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사저에서 살해되면서, 암살의 배후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 총리는 이날 새벽 발생한 모이즈 대통령 살해 소식을 전하면서 "고도로 훈련되고 중무장한 이들에 의한 매우 조직적인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정확히 어떻게 공격이 이뤄졌는지,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이 있는지 등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제프 총리는 다만 괴한들이 스페인어와 영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아이티의 공용어는 프랑스와 아이티 크레올어다.

사저 인근 한 주민은 사건 당시의 총성을 지진 굉음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보시트 에드몽 미국 주재 아이티 대사는 이날 미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암살이 "외국 용병과 전문 킬러들"에 의해 저질러진 "잘 짜여진"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에드몽 대사는 괴한들이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행세를 한 현장 영상이 있다면서, "그들이 DEA 요원일 리 없다"고 말했다.

미 일간 마이애미헤럴드도 사건 당시 찍힌 영상에서 누군가가 미국 억양의 영어로 "DEA 작전 중이니 물러서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암살범이 DEA 요원이라는 것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말했다.



살해범들이 용병일 경우, 누가 이들을 고용해 암살을 사주했을지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아이티의 정국 혼란과 관련된 암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7년 취임한 모이즈 대통령은 야권과 끊임없이 대립하고,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도 시달려온 논란 많은 정치인이었다.

부패 스캔들과 경제위기 심화, 치안 악화 속에 국민의 불만과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이었고, 야권은 모이즈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올해 2월 이미 끝났다며 자체 임시 대통령을 지명하는 등 압박해왔다.

2015∼2016년 대선 혼란 탓에 모이즈 대통령이 예정보다 1년 늦은 2017년 2월 취임했지만, 야권은 전임자 임기가 끝난 2016년 2월부터 모이즈의 임기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모이즈 대통령은 야당과의 갈등이 격화한 지난 2월 7일 자신을 죽이고 정권을 전복하려는 음모가 있었다며, 대법관 등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은 암살이나 쿠데타 시도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고, 이후 대법관들을 강제로 축출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는 9월 대선과 의회 선거,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정치 갈등은 더욱 심화하던 상황이었다.

모이즈 대통령과 줄곧 대립해온 야권도 대통령 피살 소식에 충격을 표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이티 주요 야당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야권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 피살로 아이티가 더욱 큰 혼돈 속에 빠진 상황에서 암살의 배후를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정이 될 전망이다.

조제프 총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암살범을 잡기 위한 국제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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