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르포] 코로나 걸려도 치료 엄두 못내는 슬픈 현실

입력 2021-07-08 07:00
[미얀마 르포] 코로나 걸려도 치료 엄두 못내는 슬픈 현실

국립병원 시민불복종으로 의료인력 절대 부족…군부병원 군인가족만 받아

외국계 병원 치료비 2천만원 넘어…"가진것 없는 시민들 어디서 치료받나"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시민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가 멀다고 역대 최다 수치를 갈아치우고,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로 죽어 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2월1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공공보건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우려는 커져만 간다.

미얀마 국민은 코로나19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기자는 우연히 한 지인으로부터 미얀마의 현실을 들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집에서 간호 중이라는 아웅 나잉(가명)씨는 최근 기자에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두 사람이 입원해 치료할 병원을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나잉씨는 "국립병원은 의료인들이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해서 의료 인력이 절대 부족했다. 도저히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국가행정평의회(SAC)가 해당 의료인들의 면허마저도 취소한 상태라고도 했다.

미얀마 의료체계는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해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거의 모든 치료를 국립병원이 담당해왔다.



국립병원이 여의치 않자 나웅씨는 군부가 운영하는 병원 쪽을 알아봤다. 그나마 의료인력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답변은 그의 힘을 빠지게 했다.

군부 병원측은 군인과 그 가족들만 시설 이용이 가능하고, 일반 시민은 아예 진료는커녕 검사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SAC 산하 보건체육부가 운영하는 격리시설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 중인 의사 네이 윈(가명)씨는 "보건체육부가 운영하는 격리 시설은 그냥 잠만 자고 밥만 주는 곳이어서 코로나19 확진이 의심돼도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없다"며 "들어가면 치료는커녕 반대로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려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잉씨는 마지막 선택지로 양곤의 외국계 병원으로 눈을 돌렸다. 그나마 부인이 의사라 외국계 병원 쪽을 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양곤의 대표적인 외국계 병원으로는 P 병원과 A 병원이 있다.

그는 기자에게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두 병원 다 코로나19 치료 허가가 있다"면서 "입원 보증금 2천만 짯(약 1천4백만 원)을 포함해 총 3천만 짯(약 2천1백만 원)이 치료비로 소요된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허탈해했다.

너무 엄청난 금액에 놀라 기자는 이들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두 병원 모두 비용 관련 질문에는 답을 안 했다. 다만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은 다 찼다고만 말했다.

병원측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금액을 부담할 여력이 되는 이들은 외국계 병원을 이용해 코로나19 치료를 받는 걸로 볼 수 있다.

나잉 씨는 "아내가 의사다 보니 어머니와 여동생의 상태를 계속 체크하고,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해주면 내가 약을 구해와 복용한다. 또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산소통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겨우 간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안되는 이들이 대부분일 텐데, 일반 시민들은 본인이나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대체 SAC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6일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3천602명, 사망자는 52명으로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둘 다 가장 많았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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