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발 빼는 미국 '딜레마'…중·러 영향력 확대 목전(종합)
우즈벡·타지크 미군 주둔 타진…중러 반대에 쉽지 않을 듯
러시아 "아프간 정세 예의주시…동맹국들에 대한 공세 용납 못 해"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유철종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한 철군을 목전에 둔 미국이 이후 상황 관리를 놓고 러시아와 중국이 포함된 복잡한 함수를 풀어야 하는 난제를 받아들게 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일련의 접촉을 갖고, 미군 주둔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무장 반군 탈레반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내전 우려가 제기되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군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거점 확보 차원에서다. 미군을 도왔던 아프간 국민들의 신변 보호 역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특히 탈레반은 미군 철수를 사실상 '승리'로 간주하고 아프간 정부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로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어 상황이 심상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아프간 내에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무차별적 학살을 자행했던 이전과 달리 안정적으로 점령지를 관리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군 철군은 90% 완료된 상태로, 최대 군사 거점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철수하며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주 아프간과 접경한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정부와 접촉했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역시 이와 별도로 타지키스탄 외교장관을 만나 주둔 문제를 논의했다.
우즈베키스탄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또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과 함께 미군 주둔을 허용하고, 아프간 전쟁을 지원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옛 소련에 속했던 이들 나라에선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이 절대적인 데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 역시 높아 미국으로선 풀어야 할 실타래가 복잡한 게 사실이다.
과거에는 탈레반 세력 억제에 러시아와 미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지만, 양국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의 대립 국면으로 치달은 현재는 러시아가 협조적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군 철수 이후 군사적 공백 상태에서 러시아가 빈틈을 파고들어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 견제에 노골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중국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립 국방대학교 제프리 맨코프 연구원은 "미국의 아프간 철군 이후 중국과 러시아 모두 안보 공백 상황에서 자신들의 세력 확장을 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앙아시아 국가 대신 걸프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을 활용하거나 괌에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선호하는 선택지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앙아시아 국가에 미군 기지를 마련할 경우 해당 국가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를 감내할 만큼 이에 상응하는 외교·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는 타지키스탄에 주둔 중인 자국군 기지 전력 등을 활용해 아프간 내 혼란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오스를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7일 "미군과 나토군의 성급한 철수 등으로 갈수록 악화하는 아프간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소속 동맹국들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타지키스탄 주둔 러시아군 기지 전력을 가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CSTO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안보협력체로 지난 2002년 옛 소련에 속했던 6개국(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 참여해 결성됐다. 우즈베키스탄은 2006년 가입했다가 2012년 탈퇴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CSTO 틀 내에서 러시아의 의무는 전적으로 유효하다"면서 "아프간과 접경한 타지키스탄 기지의 전력 등을 활용해 CSTO 동맹국들에 대한 어떠한 공세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2004년부터 타지키스탄 제201 기지에 약 7천 명의 병력을 주둔시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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