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에도 방역제한 푼 영국…전문가들 '도박' 경고
"자유의 대가는 코로나19 대확산"…시민들 자발적 방역 권고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인도발 델타 변이의 급속한 확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사실상 철회한다는 영국 정부의 방침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위험한 도박'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성과 등을 내세워 잉글랜드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과 1m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2주 뒤부터 해제한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12일 내려질 예정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결정에 폭발적 감염 증가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비판이 빗발쳤다.
지난 4일 하루 동안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2만4천248명에 이르고, 최대 5만명까지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방역 일선을 담당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영국의학협회(BMA) 찬드 나그폴 회장은 별도 성명을 통해 "2주 안에 방역 규제를 철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중대 시국에 정부가 그간 이뤄놓은 방역 성과를 수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중증 환자 수가 이전 대유행보다 적다 하더라도 백신에 저항성이 있는 새로운 변이가 탄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코로나에 따른 후유증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경증 역시 심각한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주드 디긴스 왕립간호협회 회장 역시 "정부가 이번 결정으로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의 존 듀리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이 자유의 대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런던 퀸메리 대학의 임상역학자인 딥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단기적인 경제 효과를 우선시하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지속적으로 무시해 왔다. 이번 발표는 비윤리적인 것"이라며 "코로나19는 감기가 아니다. 어떤 감기가 16개월 만에 40만 명의 사람에게 만성 장애를 남기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전적으로 정치적 조치라는 비판과 함께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을 스스로 지키는 것만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의 칼럼 셈플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국민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며 "침묵의 다수가 결국 방역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겨울보다는 여름에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폴 헌터 교수는 "현재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해도 지금 규제를 해제하는 것이 가을보다는 상황이 나을 수 있다"며 "결국은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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