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 전 남아공 대통령, 수감도 막무가내식 거부
시한까지 경찰 출두안해…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 형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제이콥 주마(79)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법정 모독 혐의로 15개월 형을 선고받았으나 막무가내로 수감도 거부한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5일 남아공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주마 전 대통령은 수감을 위한 자진 출두 시한인 전날까지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4일 기자들에게 자신이 재판도 없이 유죄 판결을 받고 구금될 처지라면서 남아공이 과거 백인 소수정권 당시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로 회귀했다고 강변했다.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재임 기간(2009∼2018) 부패 연루혐의에 관한 사법 조사를 거부한 주마 전 대통령에 대해 법정 모독 혐의로 15개월 형을 선고하고 닷새 안에 경찰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주마 전 대통령은 자진 경찰 출석을 거부한 채 헌재의 형량이 지나치고 전직 대통령인 자신의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면서 판결 취소 처분을 제출했다. 헌재는 일단 오는 12일 이에 대해 심리하기로 했다.
경찰은 주마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을 거부함에 따라 사흘 안에 그에 대한 체포를 집행할 수 있다. 헌재 심리와 별도로 고등법원도 체포 집행 중지에 관한 주마 전 대통령의 신청을 6일 심리하기로 했다.
베헤키 첼레 경찰장관은 체포 집행 전에 법적 문제가 분명해져야 한다고 5일 밝혔다.
동부지역 콰줄루나탈주의 은칸들라에 있는 주마 전 대통령의 농촌 저택 밖에는 수백 명의 지지자가 모여 "체포 결사 저지"를 다짐했다.
이들은 창과 방패 등 줄루족 전통 무기로 무장하고 일부는 총을 공중에 쏘기도 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제3차 감염 파동 속에 강화된 봉쇄령으로 집회도 금지돼 있지만, 이들은 이를 무시한 채 "나라를 통치 불능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당국은 아직 강제 해산에 들어가진 않은 채 경고만 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주마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집행되지 않으면 법치 실패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마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유착해 국정을 농단한 인도계 재벌 굽타 형제 3명 가운데 아툴과 라제시 2명 등에 대해서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가 체포를 위한 '적색' 수배령을 내렸다고 남아공 검찰이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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