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면역치료 발목 잡는 건 대식세포와 호중구다"
대식세포의 염증성 단백질 분비, 호중구 독성 반응 유도
호중구 억제 '표적' 부상… 관절염용 TNF-α 억제제 효과 기대
제네바대·하버드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항암 면역치료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정상 조직에 나타나는 염증 반응이다.
불쑥 고개를 내민 염증 반응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면 면역치료는 일단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당장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나중에 다시 시도하기도 어렵다.
항암 면역치료의 '불청객'인 염증 반응의 억제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 종양을 표적으로 하는 면역 반응과 정상 조직을 손상하는 면역 반응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스위스 제네바대(UNIGE)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 의대(HMS)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이들 두 갈래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비슷했다. 하지만 관여하는 면역세포는 전혀 달랐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항암 면역치료는 환자 본인의 면역계를 자극해 암을 공격하는 것이다.
암 치료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킨 이 접근법은 그동안 적지 않은 암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그런데 강하게 면역계를 활성화했을 때 수반하는 염증 반응(inflammatory reaction)이 치명적 단점으로 부상했다.
염증 반응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고, 건강했던 정상 조직을 심하게 손상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독성 염증 반응이 생긴 암 환자의 간 조직 샘플을 이용해, 어떤 세포·분자 메커니즘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지 실험했다.
면역치료가 독성 반응을 일으킨 경우 대식세포(macrophage)와 호중성 백혈구(호중구; neutrophil)는 암세포를 제거하지 않고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s)는 정상 조직을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 제거에만 전력했다.
면역치료를 하면 면역계에 비상이 걸리고, 염증 반응을 촉발하는 인터류킨-12 등의 단백질 생성을 자극한다.
이런 염증성 단백질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도 파괴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항암 면역치료를 할 때 염증성 단백질을 생성하는 면역세포가, 암 종양과 정상 조직에서 서로 다르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인체 내에서 수지상세포는 드물게 관찰되지만, 대식세포와 호중구는 훨씬 더 흔하다.
일부 대식세포는 배아 발달 단계부터 대부분의 기관에 존재하고 평생 태어난 곳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식세포는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 달리 항상 염증을 억제하진 않았다.
오히려 대식세포는 면역치료의 자극이 가해지면 자신이 속한 정상 조직에 해로운 염증 반응을 일으켰다.
면역치료를 했을 때 어떤 기관엔 독성이 생기고 어떤 기관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면역 치료제로 활성화한 대식세포는 염증성 단백질을 생성했고, 이 단백질이 다시 호중구를 자극해 독성 반응을 일으켰다.
이는 호중구를 조작하면 면역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 실험에서 면역치료 부작용을 줄이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염증 반응의 '허점(loophole)'도 발견했다.
호중구가 생성하는 TNF-α라는 독성 유발 인자가 바로 그것이다.
TNF-α 억제제는 이미 관절염 환자의 면역 반응 조절에 사용되고 있는데 항암 면역치료의 호중구 부작용을 차단하는 데도 효과적일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제네바대 의대의 미카엘 피테트(Mikael Pittet) 교수는 "일부 호중구는 독성 반응을 촉발할 뿐 아니라 암 종양의 성장도 자극한다"라면서 "따라서 호중구를 억제하면 정상 조직의 독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암세포의 성장도 늦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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