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주권위협에 대응" 푸틴, 새 국가안보전략에 서명
2015년 말 이후 첫 개정…미국 등 '비우호적 행동' 경계
"자주권·영토 위협 맞서 대칭·비대칭적 조치" 경고
서구문화도 위협으로 거론…서방식 통치체계 맹비난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러시아가 서방 국가의 비우호적 행동 때문에 자주권이 위협받는다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3일(현지시간) AP, dpa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새 국가안보전략에 서명했다.
러시아의 관심과 우선순위를 담은 44쪽 분량의 새 국가안보전략은 이날 정부 웹사이트에 게시됐다.
러시아의 국가안보전략이 업데이트된 것은 2015년 12월 31일 이후 처음이라고 dpa 통신은 전했다.
새 안보전략은 "일부 국가들의 행동은 러시아와 전통적 동맹 간의 연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독립국가연합(CIS)의 붕괴를 부추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몇몇 국가는 러시아를 위협이자 군사적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국제적·국내적 갈등을 풀기 위해 정치적이고 외교적 수단을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러시아 연방의 자주권과 영토의 통일성을 위협하는 외국의 비우호적인 행동을 좌절시키고 막기 위해 취하는 대칭적·비대칭적 조치를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새 안보전략은 또 미국과 서방국가의 문화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문화의 서구화 확대 때문에 러시아 연방이 문화적 자주권을 잃을 위험이 증대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통적인 정신적 도덕성과 문화·역사적 가치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며 "공격 주체에는 국가를 넘나드는 기업들과 외국의 비상업적 기관들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서구 자유민주주의 모델이 위기에 처했다는 푸틴 대통령의 그간 주장도 다시 한번 강조됐다.
안보전략은 "개인 자유는 절대화되고 자유방임, 부도덕, 이기성이 적극적으로 선전되고 있다"며 "폭력과 소비, 쾌락에 대한 추종이 강요되고, 마약이 합법화되며, 사회는 자연적 생활주기를 부인하는 방식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러시아 국경에 대한 침략으로 군사적 긴장 역시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쪽으로 더 향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은 새 안보전략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미국 대선 개입, 각종 해킹 사건 등으로 미국 및 서방국가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긴장 수위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최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우려될 정도로 높아졌다.
지난달 23일에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인근을 지났던 영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HMS 디펜더'에 러시아 흑해함대와 국경수비대가 경고사격을 하고, 수호이(Su)-24M 전폭기가 구축함 진행 방향 항로에 폭탄 4발을 투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바스토폴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의 항구 도시다.
EU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크림반도를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사건 후 트위터를 통해 "디펜더를 향한 (러시아 측의) 경고사격은 없었다"면서 "영국 해군 함정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우크라이나 영해를 무해통항(Innocent passage)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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