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홍남기·이주열, 긴밀한 소통으로 '재정·통화' 조화 이뤄내길
(서울=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배석자 없이 조찬 회동을 하고 재정·통화정책은 경제 상황과 역할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부문별 불균등한 회복과 양극화, 금융 불균형 등 리스크가 잠재한 상황에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정교한 조화와 역할 분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재정정책에 관해서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2차 추경안 등을 통해 구체화한 바와 같이 코로나 충격에 따른 성장잠재력과 소비력 훼손을 보완하면서 취약부문까지 경기회복을 체감하도록 당분간 현재의 기조를 견지하기로 했다. 또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정해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등 부작용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가계부채 누증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회동과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및 대처 방안에 관한 언급이 주목을 받는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기에 처했던 경제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보여서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연내' 시점을 못 박아 기준금리를 인상할 뜻임을 밝혔다. 그는 "금융불균형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면 반드시 시간을 두고 중기적으로 경기와 물가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인식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 전문가가 동의를 표한다. 독일, 일본, 호주 등 여러 선진국이 재정 정상화 계획을 명시했고 미국도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춘다는 당초 방침과는 달리 늦어도 2023년 안에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금융불균형 해소라는 국내적 필요성은 차치하고라도 국제금융 상황이 우리가 독자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편성하는 등 재정 확장의 고삐를 늦출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파산 지경에 내몰렸을 때 정부가 긴급 구제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경제의 회복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또 돈을 풀겠다는 방침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막대한 재정 부담은 논외로 하더라도 물가를 자극하고 자산 가격의 거품을 더욱 키우는 부작용은 어찌할 것인지 의문이다. 마침 이날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지난해 같은 달 보다 2.4% 올라 석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분기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2.5% 상승해 2012년 1분기 이후 9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가 작용한데다 일부 농축산물 가격의 급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이어서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돈이 풀린 상황에서 경제가 반등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이렇게 낙관할 일만도 아니다. 한국은행이 자신의 존립 목적인 인플레이션 방어에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정부의 '재정 폭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그 목적이나 작동방식이 다르니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통화정책이 모든 경제 구성원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과 달리 재정정책은 경제 회복의 온기가 닿지 않는 그늘진 곳을 찾아 훈풍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이처럼 서로 보완하면서 조화를 이뤄가기 위해서는 양 정책의 담당자들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정부와 중앙은행 간에 충실한 소통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가 단독으로 만난 것은 2018년 12월 이후 무려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도 최근의 엇박자 논란을 의식해 '연출'된 자리라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는 '사진 한 장' 남긴 것에 만족하지 말고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지속해서 의견을 공유하고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토의하기를 바란다. 특히 경제회복의 갈림길에 선 지금이야말로 두 기관이 '줄탁동기'의 자세로 협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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