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우울한 건국기념일…곳곳 '원주민 아동 유해' 애도 시위

입력 2021-07-02 11:46
수정 2021-07-02 11:47
캐나다 우울한 건국기념일…곳곳 '원주민 아동 유해' 애도 시위

행사 취소…의사당 조기…총리 "경축만 할 수 없는 날"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캐나다가 우울한 건국 기념일을 보냈다.

캐나다는 1일(현지시간) 건국 기념일인 '캐나다 데이(Canada Day)'를 맞았지만 최근 옛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아동 유해가 잇달아 발견된 후유증으로 경축의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전국 곳곳이 기념일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했고 대신 희생 아동들을 기리는 시위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타와 의사당 앞 광장에서도 행사 대신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희생된 아동들을 기리는 시위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에도 공식 행사는 생략됐지만, 올해 사정은 판이했다.

의사당 건물 첨탑인 '평화의 탑'에는 조기가 게양됐고 국기 상징색인 붉은 색과 흰색이 넘치던 예년과 달리 시위대 티셔츠의 오렌지색이 광장을 장식했다.

캐나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오전 3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퀘벡주의 가티노를 출발, 인근 오타와 의사당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의 흑인 인권 구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를 본떠 '모든 아이가 소중하다'고 적힌 피켓이나 '우리 아이들을 집으로'라고 쓴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행진했다.

또 "부끄러운 학살"이라거나 "캐나다 데이 취소"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통신은 전했다.

같은 시위는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의 세인트존스와 퀘벡주 몬트리올, 앨버타주 에드먼턴 등 동·서부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잇달았다.

문화유산부는 이날 저녁 정부 차원의 기념 음악회를 열었으나 온라인 행사로 진행했다.

원주민 아동 유해는 지난 5월 말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캠루프스에서 251명의 매장을 확인한 이후 매니토바주 카우세스에서도 751명을 찾아냈다. 또 전날에는 BC주 크랜브룩 기숙학교 부지 인근 묘지에서 182명의 매장 터를 발견,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우리나라와 이 나라를 조국으로 여기는 모든 이들을 경축한다"며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캐나다 데이가 아직 축하할 수 있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원주민 아동 유해 발견이 우리나라의 역사적 실패와 원주민이 처한 불의를 성찰하도록 우리에게 정의로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건국기념일 행사 참석 대신 원주민 기숙학교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정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원주민회의의 페리 벨가드 대표는 건국기념일 메시지에서 "원주민의 삶에 전환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각급 정부 단체들이 모두 원주민 정책을 앞세워 실행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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